[여론광장]콰이강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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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콰이강의 다리

  • 승인 2015-05-26 14:34
  • 신문게재 2015-05-27 19면
  • 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하형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휘파람 행진곡으로도 유명한 고전 명화 '콰이강의 다리'는 포로수용소에서의 총성 없는 치열한 심리전 속에서 적과 어떻게 동침하는지를 알려주며, 오늘의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에 은은한 교훈을 준다. 완고한 원칙주의자인 영국군 니컬슨 대령(알렉 기네스)과 겉으로는 엄격하지만 인간성을 숨기는 포로수용소 소장 일본군 사이토 대령(세수에 하야카와), 그리고 다리를 폭파하려는 미군 시어즈 소령(윌리엄 홀덴). 콰이강의 다리가 폭파되었을 때 모두 일어서 기립박수를 했지만, 다리가 무너짐은 일본 제국주의가 붕괴되는 것을 넘어서 전쟁과 대립이 끝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권자이자 슈퍼 갑의 위치에 있는 일본군은 인적·물적 자원을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콰이강에 다리를 놓아야 하고, 이에 동원된 최약체 을 입장의 포로들은 어떻게 하던 다리를 놓지 못하게 해야 하는 대치 국면이 전개된다. 포로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태업 등을 통해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다리를 놓으면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우문(愚問)이지만, 을의 수장인 니컬슨과 갑의 대표인 사이토는 치열한 대립과 협상을 통해 현답(賢答)을 내놓는다.

영화의 전반부로 가보면, 일본군은 갑의 입장만 주장하기에 포로인 을들은 갑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리를 놓는 것에 대한 이해관계가 뚜렷하기에 양자 간의 합의가 도출될 수 없는 것이다. 상반된 입장의 이들이 어떻게 콰이강에 다리를 놓았을까? 아니 다리를 건설하는 것에 어떻게 합의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갑은 을, 그리고 을은 갑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다. 다리를 놓으려는 자와 놓지 못하게 하려는 자, 전쟁에 이기려는 자와 지지 않으려는 자, 갑을 고집하는 자와 을의 운명이라 체념하는 자. 다리를 놓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한의 대립에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한 것이다.

포로수용소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일본군이지만, 일본군이 설계하고 지시하는 공사에 을인 포로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그저 일하는 시늉만 낸다. 일방적인 갑을관계는 갈등과 긴장과 양측의 피해만 늘어나게 한다. 여기에서 갑의 대표인 사이토 대령은 을의 대표인 니컬슨 대령에게 온갖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도 하고 회유책을 쓰기도 하지만, 원칙을 중요시 하는 전형적인 영국인인 니컬슨은 굴복하지 않는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다리 공사의 주도권을 을에게 줌으로써 해결된다. 니컬슨 대령은 다리를 놓는 한시적인 목표에 매달리지 않고, 을들도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받으려 했던 것이다. 또한 포로도 자긍심을 있다는 것과 영국의 우수한 다리건설 능력을 보여주어 완벽한 다리를 만들려는 니컬슨 대령의 모습에서 갑을관계와 전쟁을 초월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숭고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전쟁이란 극한의 대립 상황에서도 콰이강의 다리가 건설되었는데, 작금의 우리 정치는 끊어진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이어주기 위한 다리를 건설할 진정한 의지가 있는 것일까.

여야 모두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실제 그 속에는 자신들만의 입장과 이익만 우글거린다.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비판만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 분열된 대한민국을 이어주는 다리를 건설할 수 없을까. 기득권과 주도권을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며,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대한민국의 제2의 번영을 위한 다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야합에 의한 임시 다리는 야합이 깨지면 바로 무너지기에, 어느 누가 정권을 잡고 여야가 바뀐다 해도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다리가 건설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먼저 집에 가 그동안 불통되었던 가족 간의 대화의 다리를 놓아야겠다. 각자 상대방을 위한 작은 다리를 하나씩 놓으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굳건하고 밝은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이란 다리가 만들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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