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봄에 새순이 돋을 때 어김없이 피부과를 바쁘게 하는 옻에 의한 알레르기피부염이 그것이다. 식물 접촉에 의해 생기는 여러 가지 접촉피부염들이 있지만, 옻을 먹어서 생기는 전신성 알레르기피부염은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계절병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옻을 식용으로도 사용하는 용감하게 먹성좋은 이상한 민족이다.
필자의 어릴 적 기억엔 봄이면 두릅순 따고, 키우던 가죽나무순을 따서 부침개도 부쳐 먹고, 소금에 절여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옻나무는 만지지도, 먹지도 말라고 엄격하게 배웠다,
옻에 의한 접촉알레르기피부염은 옻순을 따거나, 옻닭같은 요리를 하면서 김을 쏘이면 접촉부위(얼굴, 손, 손목)와 이차 접촉부위인 외음부나 항문주변에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수포와 홍반이 긁은 자국 모습대로 나타난다.
옻순을 나물로 먹거나 옻진을 복용하면, 독성물질이 체내로 흡수되고 피부로 퍼져나가 온 몸에 가려움증과 발진이 나타나는 전신성 알레르기피부염이 생기고, 더불어 심한 독성반응으로 폐부종이나 간기능 부전에 빠지기도 하는 심각한 전신반응을 보일수도 있어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알레르기피부염의 특성상 갑작반응이 몸속에서 일어나기 전엔 증상이 없는 것처럼 보여 처음 몇차례 만지거나 먹어도 증상이 안 나타나, 이를 자신은 옻 안탄다고 잘못알게 되고, 이후 옻닭, 옻진 등을 많이 먹다가 심한 전신성 알레르기 증상을 겪게 되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일이 생긴다.
연구결과 옻 알레르기 물질인 우르시올에 대한 갑작빈도가 노장년층일수록 높게 보고되고 있어, 보양식을 많이 즐기는 이 연령층에서 몸에 좋다(?)고 옻을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때 전통칠 도료산업으로 많이 심어졌던 옻나무가 어느 순간 계절음식인양 일부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져 봄만 되면 옻순을 먹고 있어 이에 대한 걱정이 많다.
옻알레르기 피부염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회피요법이다. 즉, 접촉은 피하고 먹어서는 절대 안된다. 특히 옻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은 산행이나 야외활동시에 피부노출을 최소화하는 긴소매옷을 입어 예방하고, 만일 옻나무 접촉이 의심되면 순한 세정제로 의심부위를 잘 닦고 씻어내고 병원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옻알레르기의 항원인 우르시올은 옻의 주성분인 독성물질이며, 드물게 극소량을 이용하는 동종요법이나 면역요법에 사용되긴 하지만, 이는 전문가의 영역이고 일반 시민이 몸에 좋다(실제 나쁘다)고, 또는 계절음식인양 우르시올이 들어있는 옻순을 직접 식용으로 먹어서는 안된다.
봄이면 하루 서너명씩 찾아오던 옻순에 의한 계절병인 옻알레르기피부염 환자가 요즘 조금 줄고 있지만, 여름철이 다가오면 옻닭을 보양식(?)이라고 먹고 찾아올 또 한번의 계절병이 걱정된다.
옻 좀 안드시면 안되나요? 계절음식도, 보양식도 아니고 엄연히 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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