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룡 써지탑병원 척추·정형외과 원장 |
진료실에서 말씀을 나누다 보면 “우리 며느리는 쇼핑할 때는 아프지 않고 잘 다니는데, 시댁 식구들이 다 모이면 일 좀 하다 허리 아프다고 들어눕는다”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같이 오신 친구 분도 한마디 합니다. “시댁이 부담스러워 꾀병이 난거야.”
꾀병 같은 허리병은 '디스크 내장증' 또는 '디스크 변성증'입니다. 디스크의 성질이 변화되어 정상과는 다르게 디스크 내부에 고장이 난 상태입니다.
척추는 여러개의 척추 뼈가 모여서 이루어집니다. 척추 뼈 사이에는 뼈끼리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인 '디스크'가 있습니다. 건강한 디스크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수핵'과 이를 여러 각도로 수십 겹 단단히 감싸고 있는 '섬유륜'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20대 초반부터 디스크 구성물의 생화학적 변화가 시작됩니다. 수핵은 수분이 점점 빠지고 수핵을 보호하던 섬유륜 역시 뭉쳐 팽창하거나 얇아져 찢어지는 디스크 노화가 발생합니다.
디스크 노화가 일어날 때, 잘못된 자세나 무거운 물건 들기 등 수핵의 외상이 축적되면 수핵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이 찢어져 수핵이 새어나와 디스크 내장증이 생깁니다. 찢어진 틈으로 새어나온 수핵이 흡수되지 않고 수년에 걸쳐 혈관과 신경이 내포된 육아조직으로 성장하면 통증이 나타납니다. 디스크가 수분과 탄력을 잃게 되면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원래의 쿠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은 꼭 꾀병 같습니다. 활동할 때보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아프기 때문입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앉았다가 일어서려고 하면 허리가 잘 펴지지 않아 손바닥으로 허벅지나 허리를 받쳐주어야 서서히 허리를 펼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으려 하고, 30분 이상 같은 자세를 취하기도 힘듭니다. 쉬어도 통증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집니다. 디스크 내장증은 수핵탈출증이나 협착증처럼 다리까지 퍼지는 방사통은 심하지 않습니다.
디스크 내장증은 엑스레이나 CT로는 진단이 어렵고, MRI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할 수 있습니다. MRI 검사에서 정상적인 디스크는 하얗게 보이지만 문제가 생긴 디스크는 까맣게 나타나고, 섬유륜이 찢어진 자리만 하얗게 보입니다.
많은 디스크 내장증 환자분들은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통해 증상의 호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주 이상 꾸준히 치료를 해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척추 시술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막외 신경성형술과 고주파 열 치료술 등 2가지 시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합니다.
경막외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부분을 국소 마취 후 지름 1.7㎜의 얇은 관을 삽입하여 섬유륜이 찢어진 곳에 위치시키고 염증을 가라앉히고 유착을 풀어주는 약물을 주입하여 육아조직의 염증과 유착에 의한 통증을 치료합니다.
고주파 열 치료술은 고주파를 이용하여 찢어진 섬유륜 속에 비정상적인 혈관과 신경을 동반하며 자라나는 육아조직을 제거하고, 섬유륜 틈을 따라 흘러나온 수핵을 수축시킵니다. 그 다음 찢어진 섬유륜을 강화하여 수핵을 안전하게 감싸고 보호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경막외 신경성형술이나 고주파 열 치료술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시술하는 의사가 디스크 내부의 병소 부위를 육안으로 보면서 시술 하지 못하고 영상투시장비를 이용해서 위치를 확인하기에, 신경성형술 관이나 고주파발생장치를 얼마나 정확히 병소에 위치시킬 수 있냐는 시술의의 능력에 따라 치료 성적이 달라집니다.
쇼핑할 때는 안 아프고 일 좀 하면 허리 아프다고 들어눕는 며느님은 디스크 내장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정의 달이 지나가기 전 집안일로 고생하는 며느님의 디스크 내장증을 치료해 주는 멋진 남편, 멋진 시부모님이 되어 보십시오. 5월은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도, 며느리들도 모두 좋은 선물을 받는 가정의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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