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SK가 7-6으로 승리를 확정짓자 한화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1경기당 1개 정도의 실책, 가장 약한 도루 저지율….”
올 시즌 달라진 경기력으로 '마약 야구'를 시전하고 있는 한화이글스에 실책 등 불안한 수비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한화는 올 시즌 첫 스윕을 가져왔던 SK와의 재대결에서 지난 19일 실책 5개를 범하며 무릎을 꿇었다. 실책 5개 중 3개가 실점과 직결됐다.
이날 1회말 한화 유격수 강경학은 SK 선두타자 이명기의 땅볼 타구를 잘 잡았지만, 1루 악송구를 범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될 게 무사 1루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타선에 들어선 박재상이 2루타, 이재원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순식간에 2점을 내줬다.
5회말에도 강경학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완전히 빗나간 1루 송구를 범했다. 다행히 선발 쉐인 유먼이 후속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6회말 더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2사 2루 상황에서 권용관이 이명기의 타구를 포구 실책해 1, 3루 상황을 맞았고, 이명기가 도루까지 해 2, 3루가 됐다. 박재상의 밀어친 타구를 권용관이 또다시 놓쳤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갔다. 점수는 1-6 5점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박재상의 도루를 잡으려던 포수 조인성의 2루 송구는 외야로 빠져 주자가 3루까지 가기도 했다. 실점과 직결되지 않은 실책이라도 투수와 수비의 불안감을 키우며 전체적인 경기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이날 경기에 대해 “수비 위치가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 무너졌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개그 이글스'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수비 실책을 범하며 꼴찌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실책은 적지 않은 편이다. 올 시즌 한화의 실책은 19일까지 40경기 동안 39개다. 이는 10개 구단 중 KT(4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KIA가 23개로 가장 적고, 1위 두산과 LG는 25개, NC 26개, 삼성 27개, SK 28개, 롯데 31개, 넥센 37개 등이다.
통계로 보면 한화는 1경기당 1개 정도의 실책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중요한 순간에는 실책을 하지 않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비 전체적으로 봐도 한화는 아직 불안하다. 한화의 수비율은 꼴찌팀 KT와 같은 0.980이고, 도루저지율은 0.16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수비율은 포지션에 따른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19일 SK전에서도 실책과 도루 저지 실패가 겹치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만큼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시작되지만 포수와와 야수들의 글러브의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
김성근 감독의 '지옥의 펑고'를 통해 선전하고 있는 한화가 자칫 실책을 포함한 수비력 문제에 발목이 잡힐까 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19일까지 20승 20패로 겨우 승률 5할을 지키고 있는 한화가 4할대로 떨어지지 않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수비, 특히 실책을 피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불펜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마운드를 생각하면 더 그럴 수 밖에 없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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