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 |
그런데 어찌보면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닐까.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결코 당연하다는 말을 선뜻 내뱉기가 어렵다. 간혹 야근을 하지 않는 날, 업무를 끝내고 가족과 함께 저녁이라도 한다치면 이를 기념비적인 날로 받아들이는 게 우리의 모습이며, 아빠와 엄마는 늦게까지 일을 하고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서로 얼굴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족을 중시하는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5.1/4분기 남성육아휴직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315명(55%) 증가했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자 역시 202명(113%) 증가했다.
비록 이 숫자는 전체 근로자 수를 감안하면 미미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수치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조직 중심의 문화에서 일과 더불어 가정에도 충실하자는 일家양득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그 중심에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인식전환이 있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이러한 일·가정 양립 분위기 확산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대국민 홍보는 물론이며, 실질적 지원방안으로 남성 육아휴직 촉진을 위한 '아빠의 달' 제도와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이 바로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자발적인 일·가정 양립의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일家양득 캠페인 참여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국의 문화·공연·외식업체 등과 제휴를 맺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혹자는 그럼 일은 언제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00시간이 넘어 OECD 국가 중 최 상위권에 속한다는 말로 대답하고 싶다. 즉, 장시간근로 관행이 근로자의 활기를 잃게 하고 있고 이것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에 근로시간을 쉽게 줄일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근무시간 중 생산성 높이기, 유연근무 활용도 높이기, 불필요한 회식·야근 줄이기 등 일家양득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와 근로자 간 소통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야근을 줄여 자기계발과 휴식을 통해 근로자의 만족도가 증가한다면 이는 결코 손해가 아닌 근로자 개개인과 회사 차원의 이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처럼 사회생활은 물론, 우리네 생활의 기본은 바로 가족이다. 육아를 아빠와 엄마가 함께하고, 야근이 없는 날 부모와 자식이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며 생활하는 일家양득 문화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가정의 달 5월, 어릴 적 술래놀이처럼 '일家양득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가족의 흥겨운 노래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길 소망해본다.
안경진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