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우선, 각급 학교 현장에서 묵묵히 2세 교육을 위해 헌신과 봉사를 다하고 있는 세종의 모든 교사들에게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남을 깨우쳐 이끄는 사람, 모범이 되는 사람, 따르는 제자를 가진 사람'에게만 '스승'의 칭호를 붙여줬고 '사(師)'라는 한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선생님들이 높은 사명감과 뜨거운 열정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지난날 경제가 어렵던 시절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미숫가루를 만들어다 먹이고, 학습자료를 알뜰하게 챙겨주며, 부모 노릇하던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많이 봤다. 정작 자기 자식 얼굴은 잠잘 때만 본다는 고3 담임들, 가난한 제자들을 위해 여기저기 편지 보내 장학금을 만들어주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원서 제출하러 가는 가난한 제자에게 동글동글 지폐 두 장 말아 교통비로 건네주면서, 도리어 쑥스럽고 안쓰러워 몸둘 바를 몰랐다는 중등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교사들은 고단한 헌신의 길을 기쁨으로 걸어오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고 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해 왔다. 그래서 교육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교사는 세상 사람들의 사표로 인정받고 권위가 저절로 지켜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 산업 발달과 더불어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세상이 되었다. 현대사회는 창출되는 지식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전파되며, 또 다른 가치 있고 창의적인 지식을 낳고 있다. 그에 따라 지식의 주된 전달체였던 학교교육과 이를 통해 길러내는 미래인재에 대한 인식도 대전환 국면을 맞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타인과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자기주도적 능력이 필요한 때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협력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시험을 보기 위한 가르침이 아니라 평생 학습에 초점을 맞춰야하며, 교육자로서 선생님들 자신의 변화를 모색해주길 바란다.
한편, 교육환경과 여건 및 제도는 시대와 학생의 변화를 따른다고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달라질 수 없는 사제지정(師弟之情)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죽음까지도 불사하고 아이들을 지키던 교사들의 지극한 사랑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교사를 걱정하던 제자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스승의 날'에 남이 알아주든 말든 스스로 간직한 '마음 속의 훈장'을 지니고 살아가는 교사들이 있다. '눈에 보이는 교권(敎權)은 무너져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도(師道)는 살아있다'는 신념으로, 교사의 길을 선택하던 초심(初心)을 되새겨주길 바란다. 공부도 관심 없고 교사들의 말도 아랑곳 않는 '밑빠진 독'같은 아이들도 '콩나무 시루'라고 여기고, 쉼표를 찍을지언정 마침표는 찍지 말아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만들어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아무리 학교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최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비판과 요구만 있고 존경과 사랑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참된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겠는가?
세종실록에 '근정인 문정사'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일이란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 하고, 아름다운 일을 들려주는 데 있다'는 뜻이다. 또한 '아이 하나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전 지구촌에 통용되는 진리가 됐다. 기성세대가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 모범을 보이고 '좋은 일'을 실천해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이번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공동체가 한 뜻과 한 목소리로 교사들에게 애정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주기 바란다.
그럴 때 행복한 학교에서, 교사들은 긍지와 보람으로 가르치고, 학생들은 소질과 능력에 따라 꿈과 끼를 키우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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