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학장은… 1957년생. 1976년 경기고 졸업. 1981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83년 동대학원 석사. 1991년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1993년부터 한남대 역사교육과 교수 재직중. 한남대 박물관장, 교육대학원장 역임. 현 한남대 사범대학 학장. |
첫 강단에 섰던 것이 1985년이니 벌써 30년째 학생들과 마주한다. 그래도 여전히 학생들이 갖고 태어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일은 고민이다. 앞으로 선생이 돼야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지식 전달자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는 일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의 모습과 변화돼 가는 교단의 현실속에서 진정한 스승의 길은 무엇인지 최이돈 한남대 사범대학장을 만나 교육계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금은 '더불어'사는 인재를 키워내는 시대='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며 임금과 부모와 스승을 동급으로 모시던 시대가 있었다.
하늘같던 존재는 '니 아버지 머하시노?'라는 말과 함께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했고, 이제는 오히려 수업중에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교권이 하락하고 교사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면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상황이다.
최 학장은 이같은 변화를 “교육도 시대의 흐름을 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한 두사람이 뛰어나서는 안되는 시대거든요. 공동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더불어'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됐는데 그러려면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도 할수 있도록 공간과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 만큼 교사의 모습도 바뀌었다. 최 학장에게 이 시대의 교사의 모습은 지식의 전달자이기 보다는 지식을 찾아갈수 있는 '가이드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지금은 창조적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교육의 화두인데 과거처럼 일방적인 지시만으로는 아이들을 끌고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은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면 안되는 시대로 가는 과도기라고 봅니다.”
'붕괴'라는 표현보다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한 최 학장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교단을 믿어 달라고 말한다.
“여전히 교사를 지원하는 인재들은 상위 2%의 인재들이에요. 여전히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투입되고,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한 밖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다만 예전의 부모들이 교사를 믿고, 교단을 믿었던 것처럼 교사에 대한 신뢰는 필요합니다.”
▲교육에 대한 정치의 안목은 '아마추어'=최근 정부주도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맞물려 인문학과 사범대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최 학장도 원칙적으로는 예비교사 배출의 과잉과 어느정도의 조정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사실 지금 의사나 변호사 등 자격증만 가져도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에 비해 교사 자격자의 배출이 과잉된 것은 사실이에요. 전체적으로 볼때 과잉 공급으로 인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방법이 문제예요.”
다만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조정에는 우려를 표한다. “지금 사범대 평가의 경우 평가 지표는 여전히 발표가 안됐어요. 총점만 나온 상황이거든요.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정책적인 이슈를 성과에만 중점을 두는 것은 좀 자제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한남대 사범대의 경우 15년 전부터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40명 규모던 각과의 정원을 30명으로 수준으로 낮췄거든요. 또 17년까지 또다시 10%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구요.”
정부의 구조 조정에 앞서 경쟁력을 구축할 만큼 지역에서 한남대 사범대가 자리하는 위치는 역사성에서나 경쟁력에서나 매우 크다.
지난 1971년 설립대 한남대 사범대는 올해로 45년의 전통속에서 1000여 명이 넘는 교원을 배출해왔다.
영어 과목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대전시와 충남도교육청 수석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력에 대해 최 학장은 “학생들이 내재한 능력을 교수들이 열정적인 성과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미션 스쿨이라는 학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 몫 한것 같다”고 해석했다.
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교육계에 불거진 진보와 보수의 이념간 대립에 대해서는 최 학장은 “단순히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전 국가가 진보 보수의 문제에 들어가 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사회적인 진보와 보수의 문제의 논의가 질적으로 한단계 나아가면 교육계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지 않을까요? 거기서 나오는 잡음도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우주=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최 학장에게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운명같은 것이었다. 어느날 갑작스런 계기라기 보다는 태어날때부터 그를 둘러싼 가풍과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래도 처음 강단에 서던 날의 설렘과 떨림은 잊지 못한다.
“강의안을 만들고 정말 열심히 준비해 강단에 섰는데, 준비한 것의 절반도 못한 거예요. 그때 선배들이 강단에서의 교육은 자신의 실력만큼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말을 들으니 내가 실력을 가듬어 가는 만큼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교단에 선지 30년이 지났지만 최 학장이 여전히 고민하는 것은 학생들의 능력을 얼마만큼 이끌어 낼수 있는가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갖고 태어난 조건을 그들의 노력으로 키워내는 것이 교육적 과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작은 우주거든요.”
사범대 학장을 맡으면서 연구외에 행정적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최 학장은 학생들과의 대화는 빠뜨리지 않고 지키려 노력한다.
자신이 어느덧 나이가 들고 보니 학생들이 자신을 어려워 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도 많다.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써요. 그래서 한 학기에 적어도 모든 아이들이 제 연구실에 한 두번은 올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이 보는 시각말고도 다르게 보는 방법이 있다는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스스로를 높이지 않아도 스승으로 우뚝 서 있는 최 학장을 통해 흔들리는 교단이 아닌 변화의 전주곡이 느껴진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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