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
일전에 여당과 야당의 합의하에 개정안이 발표되었는데, 여기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다는 방안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들의 42%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고 청와대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서 향후 어떠한 결말을 맺을지 염려스러운 면이 많다. 군인연금과 더불어 4대 공적연금에 들어가는 사학연금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아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회보장제도 중 가장 중요한 연금 문제가 이렇듯 태풍의 눈이 된 것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초고령화사회를 맞이할 것이라 한다. 필자도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앞으로 노인들의 기대수명이 100세이 이르게 될 것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초고령화사회가 되면 5명당 1명이 노인인 데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은 줄어들어, 경제활동은 둔화되고 사회복지 비용은 증가하니 국가경제가 파탄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금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세계 각국의 연금제도에 대한 비교가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독일과 이탈리아의 연금제도를 비교한 내용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연금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인 독일은 1990년대부터 연금 재정의 위기를 깨닫고 꾸준히 연금 개혁을 하는 한편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독일의 대학은 등록금이 무료인데도 '바푀크'라고 하는 생활비 지원 무이자 대출제도가 있고, 이것도 국가에서 50%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실제로 갚아야 할 돈은 원금의 50%라고 한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신경쓰지 않고 학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다.
반면에 이탈리아는 포퓰리즘에 휘둘려 연금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했고 젊은 세대를 위한 국가적 지원이 없는 상태로 경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되고 이것은 다시 생산의 저하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회생이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독일의 젊은층이 굳건하게 고국을 지키며 경제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인 것이다.
작금의 연금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공무원이든 국민이든 국회의원이든, 연금개혁을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으면 한다. 연금개혁에 실패하여 국가 부도에 몰린 그리스 사태를 바로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전면적인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단견이라 할 수 있다. 국가 재정이 파탄이 나면 아무리 법으로 제정되었다고 해도 나라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겠는가.
연금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다시 틀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과 국민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연금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독일처럼 젊은층을 위한 복지 혜택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해 정부 차원의 학자금 대출을 해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졸업 후 원금에다 대출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현행 제도는 젊은층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연체자들이 늘어나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젊은이들도 있다고 한다.
초고령화시대에 노인문제도 큰일이겠지만 노인복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젊은 세대에게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복지제도를 손보는 이참에 젊은 세대를 위한 복지를 좀더 강화했으면 한다. 젊은 세대에게 투자하는 것이 바로 미래의 나의 연금이며, 가장 확실하고 투자 가치가 높은 연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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