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도시 팽창으로 그린벨트 해제 없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개발이 제한된 면적이 전체의 60%에 달한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난개발과 도시·환경 훼손, 불필요한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전 전체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거나 수정할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전시의 행정구역상 전체 면적은 539.7㎢(5397만㎡)다. 이 중 그린벨트는 304.8㎢로, 전체 면적의 56.5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린벨트 면적 중 해제할 수 있는 면적(해제 총량)은 31.2㎢(943만8000평)다. 중구 전체 면적(62.1㎢)의 절반을 넘고, 산성동을 제외한 모든 동의 면적을 합한 것보다도 넓다.
대전의 그린벨트 비율(56.53%)은 광역시 중 가장 높다. 광주가 49.33%, 대구 45.57%, 부산 37.3%, 울산 25.62% 등이다.
반면, 해제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전이 해제할 수 있는 면적 31.2㎢ 중 해제한 면적은 11.9㎢(37.9%)에 불과하다. 61.7%인 19.3㎢는 여전히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있다. 수도권 63%, 광주권 61%, 부산권 58.7%, 대구권 49.7%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고 울산권(35.2%)보다 조금 높다.
좋게 말하면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개발이 안 됐고 투자 유치를 비롯한 노력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물론, 정부부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등 해제 절차가 복잡하고 요건도 까다롭거나 부결된 사례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전의 장기계획에 대한 고민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대전 도시계획을 위해 연필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대수술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무호 대전시 도시주택국장은 “30만㎡ 이하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관되면 그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들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의 미래를 위해 면밀한 검토와 논의를 통한 청사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도 만만치않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대전은 물론, 한국사회가 이미 저성장사회에 접어든 상황에서, 도시가 더 팽창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잘못”이라며 “산업용지 분양과 산단 재생사업도 제대로 안 되는데, 공장용지 확장을 위해 그린벨트를 활용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건 결국 시민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12일 그린벨트 해제 규제 완화에 따른 대응전략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도시의 값싼 용지를 활용하면서 난개발과 도시훼손을 막을 수 있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조만간 새로운 대전 2030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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