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낮다 보니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다. 은행 직원이 새로운 적금이나 보험을 안내해 줬지만 금리가 연 2% 초반 대에 불과했다.
결국 전씨는 거래하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돈을 잠시 맡겨두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전씨는 “연 2% 금리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라며 “증권사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 S)을 추천했지만 위험 요소가 있어서 우선 CMA에 넣어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75%로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금, 대출, 투자 등 금융생활 전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은행 예금으로 수익을 얻을 수 없다며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전월 대비 0.12%포인트 하락한 연 1.92%를 기록했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1%대로 내려온 것은 금리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또 지난달 은행 대출금리도 연 3.6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계속 떨어지다보니 투자자들이 수익이 높은 투자상품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가 은행에 맡긴 총 예금액은 530조539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지만, 이 가운데 저축성 예금은 482조2933억원으로 4.9%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신 수시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은 48조2465억원으로 15.0%나 증가했다.
금리가 낮다 보니 이자를 기대하기보단 잠시 돈을 은행에 맡겨놓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 투자상담을 온 김모(38)씨는 “예금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는 등 더 이상 이자로 돈을 모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위험성이 있더라도 펀드나 주식 등 다른 상품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정기예금보다는 0.5~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형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손실 위험을 낮춘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기대수익률 5~6%대의 이엘에스(ELS·주가연계증권)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저축성예금에서 경험했던 4~5% 금리를 목표수익률로 설정할 경우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서서히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이 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서 위험자산으로 돈이 움직이는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전문가 A씨는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재테크 핵심인 만큼 절세 상품이나 중위험·중수익 상품 대명사인 ELS(주가연계증권)와 ELF(주가연계펀드)·ELS(주가연계증권), 해외 시장 등에 관심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저금리·고령화에 맞는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잇달아 시장에 선보이기 때문에 눈여겨 볼 것”을 제안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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