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60대 부부인 김황혼(가명)씨와 박이혼(가명)씨. 30년 부부 생활을 해 왔던 이들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인 김씨가 더는 못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박씨가 시아버지 제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러다 7년 전 크게 다툰 후로는 별거를 하게 됐고 부부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남편 김씨는 자녀들이 찾을 때만 잠깐 들러 식사만 참여했고 월급 관리도 부인에게 맡기지 않은 채 자신이 직접하게 됐다.
이에 대해 가정법원은 “남편 김씨와 부인 박씨가 현재까지도 별거하면서 각자 생활하고 있고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을 판결했다.
법원은 또 남편 박씨에게 7000만원의 재산분할을 명했다. 하지만, 부인 박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0대 노부부인 최복수(가명)씨와 신복녀(가명)씨도 최근 부부생활에 금이 갔다. 부인 신씨는 남편 최씨의 폭행과 구박, 자녀의 구타 등을 못 이겨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했다. 하지만, 남편 최씨는 이혼을 반대했다.
두 부부는 얼마 전 심하게 싸운 후로는 별거생활을 지속했다.
부인 신씨는 이혼 청구를 하며 위자료 2000만원과 5000만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가정법원은 이 사건 조정을 통해 부인 신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남편 최씨에게 재산분할로 5000만원을 부인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20년 이상 생사고락을 함께한 부부의 황혼 이혼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체 이혼율 수치를 넘어섰을 정도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같이 살아왔지만, 성격 차이와 폭력, 가족 간 불화, 배우자 외도 등의 이유로 이혼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건수는 3만 3140건으로, 전체 이혼 11만 5510건의 2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황혼이혼 비율은 2012년 26.4%(3만 233건), 2013년 28.1%(3만 2433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14년도 상담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60대 이상 남성이 이혼 상담을 받은 경우는 373건으로 2004년(45건)보다 8배 이상 급증했다. 또 같은 기간 60대 이상 여성이 이혼 상담을 받은 경우는 752건으로 2004년(205건)보다 3.7배 늘어났다. 상담 건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지만, 증가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
황혼 이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 갈등이 쌓였고 그것이 이혼으로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갑자기 찾아 오는게 아니라 수년간 지속해 온 문제라는 것. 따라서 상처가 곪아터지기 전 치유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신한미 대전가정법원 공보판사는 “황혼 이혼은 결혼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해 온 부부의 이혼을 말하는데, 해결책은 배우자의 진정한 사과와 눈에 띄는 개선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특히 재산이 있는 경우 자식들이 개입해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건전한 상속문화 확립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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