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홀대론'은 각 분야에서 쓰이는 어찌보면 우리 고장의 슬픈 자화상이다. 고위직 인사에서 충청은 뒷전이었고, 영호남의 틈바구니에서 어렵게 '생존'을 하는 딱한 처리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전직 장관 출신인 한 출향 인사는 “장관 취임후 지역 출신 사무관급 이상을 불러 식사를 같이 하려 했으나 전체의 절반도 미치지 않은 공무원들만 참석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유는 자신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을 노출시키기 싫어서라는 것이다.
이처럼 '충청은 잘 뭉치지 못하고 선후배를 챙기는 일도 서툰 동네'라고 인식되고 있다.
오장섭 충청향우회 총재는 영호남 출신 고위직 인사와 정치권이 고향을 챙기는 일을 두고, 뭐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충청도 이런 '충심 DNA'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완구 전 총리의 낙마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충청은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화난 민심과 여론은 충청 리더 부재로 질타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으나 '구원투수'를 자처하는 리더십은 찾기 힘든 형국이다.
신임 총리 지명에 있어서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이너서클'에 충청 멤버의 숨결을 듣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한밭대 유병로 교수는 리더 부재가 결국은 충청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정부 부처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유 교수는 “충청을 바라보는 시각이 영호남의 패권주의 정치 환경구도에서 힘이 미약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호남을 패거리 문화라고 몰아붙이기만 하지, 그들의 강점과 애향심을 배우려 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 출신인 B씨는 한마디로 '의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미약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국회의원 등 정무직들이 중앙과 지방(고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지역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충청은 매우 취약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렵게 요직에 올라선 고위직 인사들의 반응도 냉랭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승진하는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이 '자수성가'했기 때문에 남(고향 사람)을 도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충청 기관장이 와서 역차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 정권들어서도 여의도와 청와대 안팎에 충청 인사들이 적지 않게 배치 돼 있으나 이들에게는 '국가 전체'만을 바라보려 하는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전화를 해도 잘 연결이 되지 않고 지역민원을 청탁이라고 여기고 이를 아예 배제하려 들고 있다는 게 중앙 관가의 시선이다.
그럼 충청인들은 타 지역 사람들에 비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가. 대다수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시험을 봐서 국무위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핵심 인물이 특정인을 추천하느냐에 따라 장관 등 고위직의 발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은 지역 사랑의 끈끈한 정을 이끌어줄 리더가 필요하고 이러면서 정치적 힘 배양, 그리고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충심 DNA' 배양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진군의 함성 소리를 높일 때다.2011년 이후 4년간 '대ㆍ세ㆍ충'에서 장관이 배출되지 못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오주영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