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문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께 유성구의 한 공동주택단지에서 아파트 재도장 등 노후화 개선공사를 입찰하면서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단 1곳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을 수십억원대로 설정하는가 하면 자본금 규모도 높게 책정해 이에 맞지 않는 전문건설업체는 입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규모면에서 앞선 수도권 대형 전문건설업체들이 해당 공사를 낙찰받을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다만, 이에 대한 지역 전문건설업계의 항의 등이 빗발치면서 일단 해당 공사 입찰은 재공고를 통해 업체를 재선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 이외에도 공동주택 단지별로 소규모 노후 개선공사에 대해 수도권의 대형 전문건설업체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지역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지역의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소규모 아파트 개선사업은 실적이 무조건 크다고 해서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지역에서도 충분히 실력이 있는 업체들이 많은 데 이런 소규모 공사마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면 지역전문건설시장이 아사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문건설업계의 공사 물량 부족에 대한 위기감은 갈수록 커진다. 최근 국토부가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한 시공 자격을 전문건설업계에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종합건설업계가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종합건설업체의 반발 속에서 개정안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추후 계약이나 공사에서 '만년 을'의 입장인 전문건설업체들이 또 다른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치단체에서 소규모 공사에 대해 지역건설업체들이 입찰참여라도 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주택 단지 관리주체에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주택관리사 선정 지침 등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입찰 공고 시 지역제한을 두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며 “그렇더라도 지역 업체를 무조건 외면한다면 결국 지역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마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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