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칠순을 맞은 김진수(70·가명) 할아버지는 사회와 인연을 끊었다. 간간이 오던 아들의 안부전화도 끊긴지 2년째, 딸애와 통화한 기억은 지워진지 오래다. 10평 남짓한 작은 쪽방은 그만의 세계다.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쌓여 쾨쾨한 냄새가 진동하지만 나갈 수 없다. 방문 밖은 그를 무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방세가 밀렸다고 쏘아붙이는 집 주인만이 유일한 대화상대다.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몇 달 전 집을 찾아온 사회복지사는 폐렴인 것 같으니 병원을 가야한다고 재촉했다. 죽음마저도 외롭고 쓸쓸히 맞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만 가슴 속에 쌓여가고 있다.
'가난하고, 외롭고, 병들고, 버림받은' 이 시대의 노인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을 벗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을 죽음만이 두 팔을 벌린 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김 할아버지처럼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능력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을 '독거노인'으로 부르고 있다. 독거노인들은 공동체의식 소멸과 가족 해체 현상 등으로 '빈곤·무위·고독·질병'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추산한 전국 독거노인 수는 138만명이다. 전체 노인인구는 662만명으로 이 중 20.8%가 독거노인이다. 2025년에는 224만명, 2035년에는 343만명으로 점점 독거노인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38만명의 독거노인 가운데 약 44%인 60만명은 공공·민간 보호가 절실하다.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의 '독거노인 생활실태 분석과 적정 보호인구 추계'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결식과 일상생활에 문제가 심하지만 가족의 도움이 없는 위기집단이 11.1%에 달했다. 취약집단은 17.3%, 관심필요집단은 15.7%였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노인들 그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 세대의 사회적인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다.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자녀의 부양의식이 감소했고 노인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눈치 보지 않고 알아서 살겠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독립 후 배우자의 사망이나 자녀와의 연락두절 등으로 자연스럽게 혼자 있게 되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최소한의 사회생활은 불가능하다. 자신감이 결여되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우울증을 유발해 점점 외로움과 고독의 늪에 빠져들고 만다. 여기에 이웃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이들은 사회로부터 담을 쌓기 시작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전의 고독을 죽음까지 안고가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고창·부안)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4년 시도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무연고 사망자는 301명으로 전체 무연고 사망자(1008명)의 30%를 차지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음에도 가족이 인수를 거부한 사망자를 뜻한다.
지역에서는 충남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전(6명), 충북(3명), 세종(1명) 등의 순이었다.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서 24명의 노인이 어느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세상을 뜬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막고 사회 복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생활 관리사가 독거노인을 주 1회 방문하고 주 2~3회 전화하는 안부확인서비스,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봄서비스 등이 있지만 독거노인들의 근본적 문제인 외로움을 치료할 심리프로그램은 부족한 상황이다.
독거노인들이 사회로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이를 찾아낼 인원도 부족하다. 대전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3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을 발굴하기 위해 '별빛구조단'을 발족했지만 발굴 담당 구조인원은 16명뿐이다. 현재 동구에는 6000여명의 독거노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한 명당 375명을 담당해야 되는 셈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독거노인을 마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과 이들을 인정하려는 노력,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의 부활 등을 독거노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꼽았다.
장연식 대전동구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 “독거 어르신들에게 쌀이나 연탄 등을 드리고 전화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론 이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한 정책과 노력들이 중요하다”며 “생명존중프로그램이나 잘 죽는 삶(웰다잉), 노인영상자서전 등 심리 치유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독거노인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도움을 주려는 공동체의식의 함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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