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계절의 여왕 5월에 거는 기대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계절의 여왕 5월에 거는 기대

김영호 배재대 총장

  • 승인 2015-05-06 13:59
  • 신문게재 2015-05-07 18면
  • 김영호 배재대 총장김영호 배재대 총장
▲김영호 배재대 총장
▲김영호 배재대 총장
영국 모더니즘 시인 엘리엇이 1922년 발표한 “황무지(The Waste Land)”는 현대문학의 대표 시이자 20세기 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 중에 하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한 상황을 그린 이 작품으로 길이가 434줄에 달한다. 바로 이 시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4월은 자연스럽게 '잔인한 달'로 불려지고 있다.

1848년 2월부터 프랑스를 비롯하여 독일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난다. 이를 역사에서는 유럽의 3대혁명이라고 한다. 모든 혁명에는 원인이 있다. 이 3대혁명의 원인도 여러 가지겠지만 왕과 귀족들은 2년 전부터 지속된 유럽의 가뭄으로 굶주림과 질병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폄하시켰다. 가난과 질병 때문에 유럽의 3대 혁명이 일어났다는 원인에 대한 너무 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가난과 질병에 참다못한 시민들의 분노가 왕과 귀족으로 향했고, 시민들이 원했던 것은 자유라는 것이다.

왜 시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자유를 외치는 것이 가능했을까? 당시 유럽의 많은 왕과 귀족들은 유령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유령에 쫓기던 왕과 귀족들은 시민들의 굶주림과 질병에 귀기울일 정신이 없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7년 저서 공산당 선언을 발표한다. 당시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이 책에 나오는 공산당이라는 유령을 찾아내기 위해서 군대와 경찰 심지어 친위대까지 동원했다. 유령에 매달린 왕과 귀족들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의 폭동이 혁명으로 이어지자 왕과 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시민들의 편에 서기에 바빴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루이 필리프가 왕좌에서 쫓겨났고,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루이 나폴레옹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귀족들의 반대로 나폴레옹은 대통령에 취임하지 못했다. 독일에서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서민들에게 새로운 제도와 정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독일, 헝가리, 체코를 편입하여 오스트리아 제국을 꿈꾸던 메테르니히는 이 혁명으로 결국 쫓겨나고 프란츠 요셉 1세를 황제에 즉위시킨 다음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혁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외적으로 유럽의 3대혁명은 이렇게 모두 시민들의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지난 4월 한 달을 돌아보자. 엘리엇의 시처럼 잔인한 한 달이었다. 유럽의 3대혁명에 시달린 것처럼 온 나라가 성완종 리스트 56자의 유령에 시달린 한 달이었다. 더구나 이 잔인한 달에서 벗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노량대첩의 성웅 이순신 장군의 유령이 살아 있는 왜군을 쫓은 것에 비교한다. 또 어떤 사람은 죽은 제갈량이 살아 있는 중달 사마의를 쫓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예로 들기도 한다.

이런 모든 얘기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지 못하고 성완종 리스트에만 매달려 지낸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며 하는 각성의 소리고 볼멘소리다. 국회는 회기 중에 꼭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을 뒤로 미루고 또다시 다음 회기를 기약해야 한다. 행정은 인사검증시스템과 새로운 인사 선발이라는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눈과 귀가 쏠리는 곳은 역시 사법이다. 사법은 항상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철저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처리해 왔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더 많은 눈과 귀들이 사법은 바라보고 기울이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사법이 느끼는 중압감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왕과 귀족은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공권력을 풀어 공산당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을 잡기 위해 애써다 결국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지난 한 달 우리 모두도 같은 것을 경험했는지도 모른다. 잔인한 달 4월은 지나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보이지 않은 것과의 싸움은 사법적 판단과 처리에 맡기고,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매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김영호 배재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1.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2.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3.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4.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5.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