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언 문화평론가 |
그러나 예술의 편익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늘 고되다. 초중고 시절 산수나 수학 과목을 통해 익힌 수리(數理)가 셈법만을 알게 해준 것은 아니다. 평생의 삶에 필요한, 손에 잡히지 않는 높은 수준의 논리적 사고까지 길러준 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커서도 알지 못한다. 예술의 편익 또한 그보다 못할 리 없음에도 이를 인정받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예술의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 기반이 조금은 넓어졌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예술가들은 여전히 외로운데 말이다.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다 해결하지 못하는 예술가들도 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눈물겨운 일이다. 특히 젊은 예술가들은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신탁(神託)처럼 그 외로운 길을 간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일을 저 좋아서 할 뿐인데, 알고 보니 그 가치와 편익이 엄청난 걸 어쩌랴. 모든 예술가들의 어떤 예술이든 다 그렇겠지만 젊은 예술가들의 새롭고 낯선 예술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요즘 대전예술가의집에서는 'DNA 페스티벌 2015'가 열리고 있다. 시·희곡·서양화·한국화·피아노·현대무용·연극연출 분야에서 'artiStar(아티스타)'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10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하나로 모아 펼치는 예술축제의 장이다. 장르별 개성이 다 살아 있으면서도 제3의 새로운 형식으로 진화된 전시와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은 짜릿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쉬 만나기 힘든 낯선 형식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겠으나 감동과 재미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DNA'는 '대전(Daejeon)의 신진(New generation) 예술가(Artistar)'를 의미하며, 10명의 예술가들은 대전문화재단의 2013-2014년 1기 아티스타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작업의 단순한 연장선에서가 아니라, 그 동안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거나 오래도록 그려온 진짜 장르통합을 마침내 하게 되었다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이 아니라면 젊은 예술가들의 이토록 위험한 혁신을 믿어줄 데가 어디 있겠는가.
젊은 예술가들의 새롭고 낯선 예술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예술이란 그러나,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다들 익숙해져 있는 세상을 다르게 보고, 이를 애써 보여주려는 별난 DNA의 소유자들이 예술가다. 그러므로 예술가들은 언제라도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할 운명의 수레바퀴를 지고 살아간다. 영국예술위원회(ACE)가 예술의 '실패할 권리(the right to fail)'를 주장하는 까닭이며, 이 '실패할 권리'의 첫 번째 지지자가 문화재단이다.
'DNA 페스티벌'은 아티스타들에 대한 3년차 지원사업이다. 이 아티스타들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해마다 10명 가까이씩 뽑힐 터인데, 2014~2015년 2기 아티스타들이 주역으로 나설 2016년 페스티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걸음 더 나아갈 1기들도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4년차, 5년차에도 사뭇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국제무대 진출까지 밀어줄 수 있다면 그 상당수는 대전을 넘어 한국의 대표 예술가로 우뚝 설 것이다. '젊은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젊은 예술'은 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체다.
박상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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