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기고]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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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기고]역지사지(易地思之)

이순종 충남도 다문화팀장

  • 승인 2015-05-05 09:58
  • 신문게재 2015-05-06 11면
  • 이순종 충남도 다문화팀장이순종 충남도 다문화팀장
▲ 이순종 팀장
▲ 이순종 팀장
한국영화에서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영화는 '국제시장'이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해 무려 140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부모 세대들의 고생과 노력에 공감도 많이 되었고 코믹한 부분도 많아 울고 웃으며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중에서 유독 나의 관심을 끈 장면은 주인공 '달수'가 돈벌이를 위해 서독 광부로 가서 겪는 고생과 목숨을 걸고 베트남 전쟁 지원에 나선 장면들이다. 어렸을 적 외사촌 형과 동네 형이 겪었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인이 된 '덕수'가 커피를 마시는 외국 이주자로 보이는 커플을 조롱하는 철없는 학생들을 나무라는 부분도 인상에 남았다. 다문화 업무를 담당하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부모세대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주의 고통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가난과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1960년대 말부터 70년까지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서 눈물겨운 고생을 했다. 더 이른 1900년대 초에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과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이주하였다. 특히 에네켄 농장 이주자들은 무더위와 굶주림 속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온몸이 가시에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고, 아기를 업고 중노동을 하는 등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비참한 생활이었다고 한다.베트남 전쟁에서는 목숨을 걸고 한국군과 미군을 지원하는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중동지역 건설노동자 수출은 100만 명이 넘었다.

우리 선조들은 더 잘살기 위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고, 결혼을 하고, 이민을 가서 어려움과 서러움을 이겨 냈다.
한국에서의 국제결혼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과 한국여성 결혼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1980년까지는 한국인 여성과 선진국 남성의 결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초 조선족과 농촌총각 결혼보내기가 계기가 되어 국제결혼이 활성화되었다가 2000년대 초에 들어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결혼 이주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91년부터 투자업체 연수제도, 외국인 산업 연수제도, 고용허가제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받아 들였다. 이러한 외국인 유입으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고 이주자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체계를 마련하였다.

반면 다문화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저출산·고령화, 산업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주자를 받아 들였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 고생했던 세대, 아무도 모르는 나라에 이민 가서 사는 한국인의 어려움을 현재의 우리가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 체류한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가족, 유학생,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을 우리사회에 맞추려고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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