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게임이 즐겁다지만
전 곤충 관찰할때 제일 신나요
7남매가 사는 원룸옆 작은화단
제가 꿈 키우는 멋진공간이죠
요즘은 고마운분들 도움으로
수학·영어 공부도 시작했어요
꿈 이루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세계적 생물학자가 된 효민이
꼭, 지켜봐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탄방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1학년 최효민입니다. 저는 세계적인 곤충학자 파브르 선생님,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님보다 더 훌륭한 생물학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조금 특이하죠? 대부분 제 또래들은 군인이나 검사, 변호사 등을 꿈꾸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식물이나 생물에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별 특징 없는 식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잎이 나고 꽃을 피우면서 아름답게 변하는 과정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가 서로 다투거나 알을 낳는 모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친구들은 PC방에서 게임을 즐겨하거나 축구를 할 때 신난다고 하지만 저는 식물과 곤충들을 관찰할 때가 가장 신나고 행복했습니다. 생물학자가 되면 제가 즐거워하는 일을 계속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생물학자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다육식물인 취설송을 처음으로 키워봤습니다.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 키워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용돈을 모아 근처 화원에서 취설송 씨를 샀고 본격적으로 키웠습니다. 키운 지 한 달이 지났을까 잎에서 꽃 봉우리가 조그맣게 나오는데 소리를 질렀습니다. 꽃 봉우리가 조금씩 크더니 꽃이 폈고 그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작년에는 벼를 수확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봄 전북 무주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쌀을 주셨는데 껍질이 안벗겨진 쌀들이 눈에 들어왔죠.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 이 쌀들을 심었습니다. 학교 도서관과 인터넷에서 벼 키우는 법 등을 찾아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가을이 오자 벼가 익어 고개를 숙였고 쌀을 수확했습니다. 물론 손바닥에 담길 정도의 적은 양이었지만 그때의 기쁨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올해는 먹을 수도 있고 향기도 좋은 허브를 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충남 금산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 앞의 냇가에서 잡아온 도룡농은 쑥쑥 자라 알도 낳았습니다. 열대어, 금붕어, 잉어 등 물고기도 키우고 있습니다.
더 많은 식물과 생물들을 키우고 관찰하고 싶지만 저희 집 상황이 조금 어렵습니다. 아버지는 자활후견기관 시설에서 휠체어를 고치시는 일을 하고 계시지만 7남매인 우리를 뒷바라지하시기에는 어려우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아프셔서 누워 계세요. 우리 7남매 중 전 둘째인데 중학교 3학년인 형과 함께 5명의 동생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생물학자가 되려면 먼저 과학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좋은 대학교 생물학과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수학, 국어, 영어도 잘해야 하는데 과학 말고 다른 과목들은 자신이 없습니다. 학원을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니 더 고민입니다. 다행히 올해부턴 월드비전 분들이 도와주셔서 일주일에 두 번씩 영어와 수학을 배우게 돼 공부에 흥미를 점점 붙이고 있습니다.
욕심 같아선 지금 집보다 큰 곳으로 이사가서 많은 식물과 곤충들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7남매와 부모님이 살기에는 작은 원룸이라 공간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원룸 주인아저씨께서 주차장 옆의 작은 화단을 사용하실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그곳에서 여러 식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제 상황이 어렵다고들 말씀하시지만 저는 전혀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동생들이 제가 화단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몰래 뽑아놓거나 밟았을 때를 제외했을 때입니다.
제 꿈을 위해 지금 키우고 있는 식물과 생물들에게 관심을 조금 줄이고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식물을 키울 때가 가장 행복하지만 제 꿈을 위해서는 당장은 좋은 성적을 얻는 게 중요하니까요. 파브르 선생님에 대한 위인전을 읽었을 때 이 분과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우장춘 박사님의 책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하신 훌륭한 학자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분들보다 더 훌륭한 생물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금씩 생물학자로 성장하는 제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송익준 기자 igjunbabo@
※이 기사는 탄방중학교 1학년 최효민(14)군과의 인터뷰 내용을 최군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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