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최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세종특별자치시에 정부세종청사 이전 등에 따라 영상회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영상회의가 원활히 이뤄지지는 않는다. 값비싼 외산제품을 사다 설치는 했지만 잘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필자도 실제 영상회의를 하다가 결국엔 음성조차 명확히 들리지 않아 영상회의 시스템을 끄고 스마트폰의 스피커폰을 켜고 회의했던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는 네트워크의 불안전성으로 인한 끊김 현상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시선도 문제다. 대부분의 영상회의 시스템은 스크린 가운데를 쳐다봐도 상대에겐 눈을 내리깔거나 치켜뜬 것처럼 보인다. 카메라의 위치가 스크린의 위나 아래에 있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화제다. 영상이 끊기지 않고 상대방의 눈도 맞춰가며 회의를 할 수 있는 HD급 눈맞춤 영상회의 시스템이다. 아이 컨택(Eye Contact)이 가능해져 표정이나 눈짓을 주고받으며 감정까지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국내연구진은 기존의 영상회의 시스템 개발자들과 다른 생각을 했다. '카메라의 위치가 꼭 위, 아래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연구진은 스크린의 좌우로 카메라를 달았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얼굴의 코, 눈, 입, 귀 까지의 거리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를 모니터 아래쪽에 추가로 연결해 문제를 풀었다. 3차원 모델링을 통해 정확한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하나로 합성해 3차원(3D)으로 재구성한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눈맞춤 영상회의가 가능케 된 것이다.
아울러 기존 상용화된 영상회의 시스템은 스크린을 4개로 분할해 보여줬지만 연구팀은 말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검색해 보여주는 기능도 개발해 냈다. 4자간 대화에서 말하는 사람을 카메라가 인식해 그 사람의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동 중 모바일 환경에서도 영상회의 참여가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회의가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회의 중간에 중요 정보가 노출되면 실시간으로 배경화면을 바꿀 수도 있어 보안기능도 추가했다.
향후 연구진은 몰입도가 생명인 원격교육과 실감나는 영상회의 서비스 쪽에 적용해서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18년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서는 실감나는 영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한 스마트 월(Smart Wall)을 선보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외국 기자가 평창에서 메달을 딴 선수를 자국의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는 것이다. 영상회의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외국 TV의 진행자가 현장까지 와서 인터뷰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을 때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워크가 실현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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