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성지순례단 단장 |
김정수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 단장이 일본 성지순례 일정 중 순례 마지막날인 지난 4월18일 나가사키항에서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신부는 “일본에 와서 보니 우리나라보다 200년이나 먼저 가톨릭을 받아들인 일본 순교자들의 잠복 신앙이 얼마나 피눈물나는 고통과 핍박의 삶속에서 이뤄진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순교자들의 순결하고 고귀한 피가 일본 신자들 0.3%내에 살아있어서 바닷물에 소금이 7% 섞여 있어서 썩지 않는 것처럼 일본 신앙의 뿌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지난 3월17일이 일본 나가사키 신자 발견 150주년을 맞이한 날로, 260년간 일본에서 박해 속에서도 견디어온 가톨릭 신앙의 문화와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일본의 잠복 신앙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바칠 정도로 고통을 참아내고 희생을 감수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보존해온데 대해 숭고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 “로마 교황청이 지정한 공식 순례지인 나가사키의 26성인 순교자 성당은 성 필립보를 기리는 성당이기도 한데 인간의 존엄과 부활 신앙을 깨닫고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는 성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잠복신앙을 이어온 성지에 와서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믿음을 이어온 순교자들로부터 큰 감동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또 “배척받고 박해당할수록 더 강해지고 굳건해진 이들의 순교신앙을 통해 주님의 신비의 은총을 깨닫게 된다”며 “순례를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고 참 생명을 깨닫는 것이 우리 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나가사키현에 밀집된 50여개의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들을 순례하면서 김 신부는 “일본 신자들의 신앙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틋했는지 성당 건축물만 봐도 느낄 수 있다”며 “로마교황청에서 나가사키를 순례지로 정한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일본 성당 건축의 명장인 데스카와 요스케는 평생 불교신자로 살았던 건축가이지만 종교를 초월해 그가 건축한 성당들은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작고 아담한 성당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신자들의 귀한 땀방울 역시 감동”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일본의 나가사키 26 성인들처럼 신앙을 위해 순교한 신자들을 발견하고 영광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감격의 순간을 공유하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신앙의 뿌리를 지켜온 일본교회와 신자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빈다”고 전했다.
일본 나가사키·고토=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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