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을 가려면 먼저 나리타 국제공항을 거쳐야 하는데 시내 중심부에서 꽤나 많이 떨어져 있다. 패키지여행이면 가이드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동경으로 들어가면 되고 자유여행이면 리무진버스나 게이세이 스카이라이너 전철을 타면 된다. 참고로 차량은 동경시내가 복잡하기 때문에 최소 2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라 가이드가 운전해 주는 차량을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상점을 구경하며 안으로 들어가면 본당 앞에 커다란 향로를 볼 수 있는데 일본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하나 같이 두 손으로 연기를 몸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액운을 없애고 아픈 곳을 낫게 해준다고 한다. 본당을 구경하고 우리는 숙소가 있는 우에노역 근처로 향했다. 숙소는 침대 두 개와 TV만 있는 아담한 방이었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뉘이며 1일차 여행을 마감했다.
이튿날 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에 만난 우리는 로비에서 만나 하라주쿠역 인근의 메이지진구 신사로 이동했다. 일본의 3대 신사라고 하는데 나무만 12만 그루라고 한다. 그냥 산책나왔다 생각하고 길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본전에 도착하면 기도를 하는 일본인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정서가 맞지 않아 발길을 돌려 나왔다.
하라주쿠 인근에서 더 구경하기로 결정한 우리는 다케시타거리로 향했다. 가이드는 많이 봐서 그런지 입구에 우리를 세워주고 차에서 기다렸다. 거리 인근에 주차할 곳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는 인파로 넘쳤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거리로 독특하고 다양한 의류를 판매하는 말 그대로 패션의 거리이자 유행의 아이콘 이었다. 옷과 간식거리를 제외하고 볼거리는 별로 없는 곳이었다.
구경시간이 짧은게 단점. 시장 구경에 나서기로 한 우리는 동경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재래시장인 아메야요코쵸로 향했다. 아메야요코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군 부대의 상품들을 빼돌려 파는 암시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우에노의 대표적인 풍물시장으로 자리잡은 시장이다.
인근 상점을 구경하다 보면 머리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전철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이내 적응하게 된다. 능숙한 일본어만 가능하다면 가격 흥정도 가능한 곳인데 나는 그렇지 못해 한국에서 지인에게 부탁받은 전자제품만 사가지고 왔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동경에서의 마지막 밤이란 생각에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신주쿠로 가기로 했다. 가이드도 돌려보낸 후라 우에노역에서 전철을 타고 갔다.
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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