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단장은… 텍사스대학교 매스콤학 석사(1986), 코네티컷주립대 교육공학 박사(1992), 목원대 교양교육원장 역임, 목원대 사범대학 교직과 교수로 목원대 교무처장·학부교육선도사업(ACE)단장 재직중. |
그가 이끄는 목원대 학부교육선도사업(ACE)인 '체험기반 IMAG+창의인재 양성사업단'도 그래서 인성이 핵심키워드다. 목원대 ACE사업단인 '체험기반 IMAG+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을 이끄는 조은순 단장을 만나 그만의 교육철학과 교육단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학생을 읽을줄 알아야 진정한 교사=학창시절 내내 희망사항란에는 항상 '교사'를 썼다. 효율적인 교육을 보다 저렴하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교육공학을 전공한 후 조금 더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교사들을 길러내는 교수가 됐다.
조 단장이 교단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학생들과의 소통이다.
“첫 강의에 나섰을 때가 1992년쯤 돼요. 당시에는 노트북이 없었을 때라 노트에 강의 자료를 10여 장을 준비해 갔어요. 대충 시간을 재서 아이들이 지루할때쯤 대비해 유머도 몇가지 준비해 갔죠.”
나름 완벽히 준비한 첫 강의였지만 2~3시간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았다. 한참을 진행하다 준비해 간 유머 두개를 빠뜨린 것을 깨달았다.
“여러분, 제가 뭘 빠뜨렸어요. 하면서 첫 번째 유머 얘기를 해 주는데 아무도 안 웃는 거예요. 다시 두 번째 유머를 얘기 해주는데 분위기는 오히려 싸해졌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다음 시간에 쪽지 시험을 본다고 해 놓고 혼자서 준비해간 유머 얘기만 한 거였어요. 나중에야 들은 말이지만 그때 아이들이 '우리는 시험 공부 때문에 머리가 하얘졌는데, 교수님은 어쩌면 저렇게 혼자 따로 가실까'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23년전 일이지만 그 날만 생각하면 조 단장은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 단장은 다음 학기부터는 강의 내용을 3분의 1로 줄여 버렸다. 혹시나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나오면 진도를 못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히 설명하고 나갔다.
그런 조 단장이 길러내는 교사는 어떤 모습일까? 조 단장은 “교사와 의사 성직자는 단순히 직업의 종류로 선택할 수 없어요. 교사와 의사와 성직자는 소명감이 있어야 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인성과 품성이다. “교사들은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삶의 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에요. 디지털 시대에는 교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어요. 선생님이 아니면 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성이죠.”
그래서 조 단장이 소속된 사범대를 비롯해 목원대는 바로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사실 인성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예요. 이것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입시에만 매달려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인성을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대학의 책무입니다.”
▲인성에 기반한 체험기반 IMAG+창의인재 양성사업단=조 단장의 전공은 교육 공학이다. 시간과 경제의 효율성 개념인 교육 공학은 어떻게 효율적인 교육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지를 설계한다. 지난해 9월부터 교무처장과 ACE단장을 맡기에는 맞춤 옷과 같은 분야다. 교무처장과 ACE단장을 맡은 후 조 단장이 가장 고민한 분야는 목원대가 갖춰야 할 경쟁력과 가치였다.
“목원대의 경쟁력을 보려면 태생을 볼 수밖에 없어요. 기독교 바탕 위에 세워진 대학이고 기독교를 선교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 음악이고 미술이고, 가르치려면 교사 양성을 위한 사범대가 필요했고, 그러면서 점차 다른 분야들이 점점 커진거죠. ACE사업을 할때도 우리 대학의 근본 태생을 봤어요. 기독교, 예체능, 그리고 대전의 특성.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가 키워내야할 인재는 사람으로 치면 허리(척추)를 길러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척추는 몸을 받쳐주는 토대이니 어디에서든 살아 남을 수 있는 기본 품성, 교양을 길러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실제로 목원대의 ACE(학부교육선도사업)은 전문인 신앙인, 봉사자 세계인, 교양인을 양성하는 목원대 교육 목표 위에 이타적 인성역량, 자기애적 감성역량, 주체적 자립역량,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국제적 소통 역량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문학적인 사고를 하는 공대생, 자연공학계열 인재와 대화가 가능한 인문사회학도,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전문인 등을 양성하기 위해 목원대는 인문, 감성, 나눔의 특별 비교과 프로그램을 '인문감성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졸업 때까지 5가지 역량과 관련된 교과목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에게는 ELI(Ethical Leader Incubation·윤리적 리더)인증을 한다.
목원대의 ACE사업단인 '체험기반 IMAG+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은 전국적으로 27개 대학만이 선정된 교육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ACE사업·잘가르치는 대학)에 지난해 선정되기도 했다.
▲편한 스승이 꿈=조 단장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도 인성이다. “사실 공부를 못할 수도, 시험을 못볼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은 나중에 할 수 있지만 그때 아이들이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인성이에요.”
그래서 조 단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절대 거짓말 하지 말자', '남을 배려하자'다.
최근에 종종 일어나는 교권하락에 대해서도 조 단장은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른지를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다행인 것은 요즘에는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경우 참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요. 앞으로는 학부모들에게도 이 같은 교육이 필요해요.”
한 때는 스승으로서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조 단장, 하지만 스스로 교수의 권위의식을 내려 놓은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선생님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선생님도 한낱 인간인데, 이를 신성시 한다는 것은 맞지 않죠. 대등한 위치에서 교육을 받고 머릿속에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지난해 9월부터 교무처장과 ACE단장으로 재직하면서 눈코뜰새없이 바쁘지만 조 단장은 활기찬 모습이다. 인성에 방점을 둔 그녀만의 교육철학이 빚어내는 제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신뢰가 간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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