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외출이 예사롭지 않다. 아산, 예산, 보령의 일부 가정주부들이 매일 밤 야산에 천막을 치고 수천만원의 판돈이 걸린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도박장 운영자 박모(42·여)씨와 지역 조폭의 꼬임에 넘어가면서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가 도박꾼이 된 건 5만원 때문이었다.
박씨 등 야산도박장 운영자들은 주변의 주부들을 속여 도박판을 구경케 했고, 이후엔 도박 참여자를 데려오면 5만~10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모인 주부 도박꾼들은 회당 50여 명에 달했다.
야산도박은 가정파탄으로 이어졌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사채를 이용한 주부들은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결국 이혼에 이르기도 했다.
조폭들은 주부들을 꾀어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20만원을 받는 식으로 돈을 챙겼다. 또 도박판 운영자들은 판돈의 10%를 가로채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도박판에서 돈 잃은 주부들을 자극해 한 탕을 노리는 '오기'가 생기게끔 했다.
결국 호기심에 시작한 도박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수시로 빚을 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남편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었다. 대략 부인들의 행위에 대해 알고 있던 남편들은 참고 참다 이혼한 후에야 경찰에 야산 도박장 제보 편지를 보냈다.
천안에서 이번과 동일한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은 “아내가 도박한다는 것을 주위에서 듣고 매일 싸웠지만, 무엇에 홀린 듯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도박하기 위해)나가고, 빚을 얻는 아내를 말리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빚이 빚을 불러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견디다 못해 결국 이 사달(이혼)이 났다”고 한탄했다.
이혼한 남편들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끈질긴 추적으로 야산도박단 일당을 붙잡았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심야시간 충남의 깊은 산 속에서 천막을 치고 도박판을 운영한 박 씨 등 3명을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참여주부 등 42명을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판돈 5000여 만원과 화투, 무전기 등을 압수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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