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야산 도박판…가정주부 '한탕의 늪'

  • 정치/행정
  • 충남/내포

밤마다 야산 도박판…가정주부 '한탕의 늪'

사람 데려오면 '수당 5만원'지역조폭 꼬임 넘어가 중독 아산·예산서 수천만원 판돈… 이혼남편 제보로 일당 검거

  • 승인 2015-04-28 18:23
  • 신문게재 2015-04-29 1면
  • 유희성기자유희성기자
“아내가 매일 산속 도박장에 가서 수천만원을 잃고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아내 도박 빚 때문에 이혼했습니다.”

주부들의 외출이 예사롭지 않다. 아산, 예산, 보령의 일부 가정주부들이 매일 밤 야산에 천막을 치고 수천만원의 판돈이 걸린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도박장 운영자 박모(42·여)씨와 지역 조폭의 꼬임에 넘어가면서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가 도박꾼이 된 건 5만원 때문이었다.

박씨 등 야산도박장 운영자들은 주변의 주부들을 속여 도박판을 구경케 했고, 이후엔 도박 참여자를 데려오면 5만~10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런 식으로 모인 주부 도박꾼들은 회당 50여 명에 달했다.

야산도박은 가정파탄으로 이어졌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사채를 이용한 주부들은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결국 이혼에 이르기도 했다.

조폭들은 주부들을 꾀어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 20만원을 받는 식으로 돈을 챙겼다. 또 도박판 운영자들은 판돈의 10%를 가로채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도박판에서 돈 잃은 주부들을 자극해 한 탕을 노리는 '오기'가 생기게끔 했다.

결국 호기심에 시작한 도박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수시로 빚을 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남편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었다. 대략 부인들의 행위에 대해 알고 있던 남편들은 참고 참다 이혼한 후에야 경찰에 야산 도박장 제보 편지를 보냈다.

천안에서 이번과 동일한 피해를 입은 한 남성은 “아내가 도박한다는 것을 주위에서 듣고 매일 싸웠지만, 무엇에 홀린 듯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도박하기 위해)나가고, 빚을 얻는 아내를 말리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빚이 빚을 불러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견디다 못해 결국 이 사달(이혼)이 났다”고 한탄했다.

이혼한 남편들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끈질긴 추적으로 야산도박단 일당을 붙잡았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심야시간 충남의 깊은 산 속에서 천막을 치고 도박판을 운영한 박 씨 등 3명을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참여주부 등 42명을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판돈 5000여 만원과 화투, 무전기 등을 압수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