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황 장대중 교장 |
칭찬은 누구나 좋아한다고 한다. 칭찬에 관해 강의 할 때나 논의할 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언제나 인용한다. 7년 전 은사님께서 친지 방문차 대전에 오셔서 연락을 주셨기에 집으로 초대를 했다. 70이 넘은 연세에도 건강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평소 약주를 좋아하셔서 약주를 대접하였다.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오를 무렵,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아내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제 남편 초등학교 때 공부 잘 했어요?” 순간 공부 못했던 과거가 탈로 날까봐 얼마나 걱정했던가! 역시 은사님이셨다.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제가 40년 넘게 교직생활하면서 가장 억울한 것이 있다면 그 당시 우리 정군에게 수(秀)이상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50이 넘은 나에게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으랴! 그 이후 충남 예산 고향을 방문하게 되면 은사님을 찾아뵙곤 한다. 그 이후 나도 제자를 만나면 항상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우리 문화는 칭찬에 인색하다. 수업시간에도 질문을 하면, 바보! 그것도 몰라. 심지에 호칭을 등신! 멍청이! 등 자신도 모르게 내뱉곤 한다. 심지어는 야이 XX야. 바빠 죽겠는데 그걸 질문이라고 해! 하면서 매질까지 당한 기억이 있다. 얼마 전 미국 학생들이 우주선의 우주인과 생방송으로 과학에 관해 질문하고 답하는 광경을 보았다. 유영(遊泳) 중에도 한결같이 질문을 하면 대답에 앞서 Good question!을 먼저 말하고 답한다. 항상 question앞에 great, nice, wonderful, excellent 등 형용사를 쓰면서 칭찬하곤 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겠는가! 모든 언어 모형에 칭찬이 몸에 배어 있다고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다.
교육심리학에서 칭찬의 효과를 논할 때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에 의해 실험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인용하곤 한다.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말한다. 초임 교장으로 3월 2일 축사를 하게 되었다. 축사의 중간에 신입생의 호칭을 처음에는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두 번째는 장대의 희망인 신입생 여러분! 세 번째는 대한민국을 짊어질 신입생 여러분! 마지막으로 세계사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길 신입생 여러분!' 하고 불렀다. 그 덕분인가. 드디어 신입생이 전국 학력성취도 평가에서 대전의 평균을 넘어섰다. 얼마 전 중3여학생이 건의사항이 있다며 교장실을 찾아왔다. 체육대회 때 댄스로 깜짝 출연을 하려고 하는데 체육부장이 반대하니 허락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다시 담임, 부장, 교감의 절차를 밟아서 허락하면 나도 허락하겠다고 했다. 다시 찾아 온 것 보니 퇴자를 맞은 모양이다. 위에서 언급한 전환반응이 생각나서 설득하면서 마지막으로 '너희들처럼 예쁜 여학생이 춤추면 남학생이 모두 쓰러질 텐데 병원비는 어떻게 책임지니 하고 말하니 미소를 머금고 돌았다.
우리 지역출신으로 연세대 총장을 지내 송자 선생님은 '학생은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칭찬하는 대로 된다'고 했다. 용혜원 시인은 '칭찬은 생명의 씨앗'이라고 하였다. 칭찬의 효과는 누구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긍정의 눈으로 보면 칭찬할 일이 보인다. 칭찬을 통해서 학생이 행복해 지도 교사가 춤추는 날을 고대해 본다.
정해황 장대중 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