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의사를 밝힌 이 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제공 |
“충청민의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충청 정가의 급작스런 쇠락보다 더 큰 상처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자살 후 '파란의 12일'간에 충청인이라고 해서 느껴야 했던 자괴감이다. '포스트 JP'를 자처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밤 전격 사의를 밝힘에 따라 지역민들과 충청정가는 이런 처지를 하소연할 '새로운 리더십 탄생'을 갈구하고 있다. 충청이 곁불을 쬐지 않고 정치 전면에 나서려 했던 충청의 기개가 '한여름 밤의 꿈'이 돼 버린 충청. 우리 고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구원투수'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극도의 정치적·정신적 멘붕에 빠진 충청을 바로 잡을 비책을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충청대망(待望)론'이 '대망(大亡·크게 망함)'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성완종 금품 메모 정국'에 충청인들은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충청인이라는 단어를 '주홍글씨'로 인식하는 분위기에 지역민들의 당혹감은 커져가고 있다.
전 자민련 총재에 이은 '포스트 JP'를 꿈꿔온 이완구 총리의 '아웃'에 이어 같은 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정계 은퇴 선언은 충청 정치 지도의 일대 변화 및 그 과정에서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 맹주의 새로운 발굴이라는 과제 앞에 충청 정가는 망연자실한 채 고개를 숙이는 형국이다.
'성완종 쓰나미'가 이완구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충청대망론 주자들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이 총리의 정치적 재기에는 상당한 '곡절'이 예상되고, 반 총장 역시 이번 '성완종 사태'로 치솟던 인기가 꺾인 게 2017년 대선 기상도의 대체적 기류다.
충청권 여당 국회의원들은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충북)을 중심으로 몇 사람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고 하나 푸념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내년 총선 주자들은 각개 전투 아니면 승부를 내기 힘들다며 지역구에 전념하는 분위기다.
큰 정치를 따를 정치 지도자의 부재 때문에 '나 먼저 살고 보자'는 식이다.
여권쪽 대전·충남에선 심대평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명수(아산)·홍문표(예산·홍성)의원 등이 뉴리더 내지 구원투수로 거론된다. 충북에선 충북지사를 지낸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의 맏형 노릇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름이 더 크게 보인다.
안 지사는 두번의 도백 경험에 친노의 적자로 차세대 대권 주자라는 브랜드를 쌓아나가고 있다.
성완종 쓰나미에서 아직까진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실은 '충청 대망론'의 불씨가 채 점화되기도 전에 몰아닥친 '성완종 쓰나미' 에 충청 정가는 한마디로 멘붕이다.
이 위기를 버틸 구심점을 찾는 게 급선무인데도 반전 카드가 단기간에 떠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배재대 정연정 교수는 새로운 인재 발굴과 과감한 발탁을 위기 극복 비책으로 진단했고,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변화와 물갈이라는 키워드로 충청을 결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명했다.
그 중심에는 절망의 충청정가와 충청민을 새로 일으켜 세울 '멘토'의 등장에 충청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과 지역민의 합심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최호택 배재대 교수의 조언이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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