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행정이란 무엇인가?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여론광장]행정이란 무엇인가?

이하형 대덕대 교수

  • 승인 2015-04-21 14:01
  • 신문게재 2015-04-22 19면
  • 이하형 대덕대 교수이하형 대덕대 교수
▲이하형 대덕대 교수
▲이하형 대덕대 교수
사회 각 분야에서 행정이란 말을 수없이 듣고 직접 접하고도 있지만, 우리에게 행정은 법 또는 정무를 집행하거나 국가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부의 활동이라는 정형적이고 고정적인 개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괴물로 자리하고 있다. 영어에서의 행정(administration)은 공식적으로 나누어주고 도와주는 것, 공적이거나 사적인 일들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목사가 하는 봉사의 직무 등을 의미한다. 반면에 행정(行政)이란 한자는 다니면서(行) 바르게(正)하기 위한 채찍질 또는 글월(?)을 의미한다. 이를 종합하면 행정이란 현장을 다니면서 일이 바르게 돌아가도록 봉사하며 도와주는 관리행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행정이 근접하기 어려운 이유는 서양에서의 행정이 근원적인 봉사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의 행정은 관리(官吏)가 권한을 갖고 통제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정은 행정부서의 관리만이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인 어느 조직에서나 일이 바르게 돌아가도록 봉사하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

미국 식당에서 손님이 많아지고 자주 자신을 찾을수록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종업원들을 본다. 그들이 웃는 것은 손님이 좋아서가 아니라, 웃으며 봉사할수록 탁자 위의 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액급을 받는 한국식당의 종업원들은 손님이 많아질수록 얼굴이 점점 더 굳어져 간다. 폴더형 휴대폰처럼 깍듯하게 인사하며 너무도 친절한 일본인들과 식당에서 어른보다도 더 조용한 일본 아이들. 하지만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그들의 이중성에 고개가 저어지며, 마음이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솔직함에 경의를 보낸다.

앞에서 짧게 제시한 외국 사례들은 행정이 무조건 남의 것을 따라서도 안 되고, 단순하게 비교해서도 안 되며, 잘못된 것을 시정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광인지 시찰인지 분간이 가지 않지만, 외국을 한 두 차례 다녀와서 그 나라의 좋은 점만 나열하고 모방하는 행정은 이미 실패를 전제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행정의 일이지만, 이미 일상생활에 존재하고 있는 일들을 제도화시키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다. 국민을 도와주어 바르게 가게 하는 행정은 높은 자리에 있는 머리 좋은 몇 사람에게서만, 그리고 행정을 하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나오고 퍼져있는 것들을 올바르고 편하게 공식화해주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고기를 잡아주고 밥을 해주고, 심지어 설거지까지 해주어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국민들 사이에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이 비공식적으로 퍼져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어 올바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화해주는 것이 행정인 것이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작금의 행정은 각 행정 부처들이 배가 갈 방향 설정은 물론, 직접 노까지 젓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과 노 젓는 방법을 알려주면, 각각의 국민들은 자신의 배에 맞는 노를 젓게 되고, 그러면 '사공이 많을수록 배가 더 빨리 가거나,' 각자의 배가 목적지에 바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가에 '출입금지' 팻말을 세우는 것이 행정이 아니라, 장소에 따른 수영하는 방법과 물에 빠졌을 때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 행정이 통제를 하면 할수록 행정의 권한은 늘어나게 되고, 국민과의 거리는 그만큼 더 멀어진다. 우리가 원하는 행정은 안 되는 점을 지적하는 행정이 아니라, 어떻게든 일이 성사되도록 도와주고 봉사하는 행정이다. 행정만을 위한 문서주의 행정과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 아니라, 서류가 적고 과시하지 않아, 가급적 국민이 찾지 않아도 되는 행정이다. 이는 곧 관할범위가 점점 커져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는 행정이 아니라, 작고 예쁜 애완동물처럼 찾고 싶은 행정일 것이다. 여기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슈마허의 말이 행정에도 적용되는 행정의 미래를 꿈꿔본다.

이하형 대덕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