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 20년째를 맞았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중앙에서 권한과 재원은 다 쥐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중앙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이 7대 3이며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1991년 69%에서 2014년 44.8%로 악화일로다. 지자체 사이에서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는 행정, 재정, 입법 등의 지방자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중앙집권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 분야에서는 사무배분과 지자체 기관구성, 기준인건비제도의 실효성 미흡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 이행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충남도는 분석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지방자치단체 사무구분 현황에 따르면 전체 4만 6005개 사무 가운데 국가 사무는 68%인 3만 1290개에 달한다. 나머지 32%에 해당하는 1만 4715개만 자치사무로 분류된다. 더욱이 일부 국가사무의 경우 실제로는 지자체에서 처리하지만, 관련 조례 제정 및 지방의회 관여가 원칙적으로 제한되는 등 국가의 포괄적 감독을 받고 있다.
획일적인 지자체 기관구성형태도 문제다. 지자체 기관구성형태는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이후 의결과 집행기능을 지방의회와 단체장에게 분리, 배분하는 기관대립형(기관분리형)을 전국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집행기관에 힘이 쏠리는 전형적인 '강(强) 시장, 약(弱)의회형'에 해당한다. 이 방식은 인구 규모나 지자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기관 구성 형태를 취함으로써 지역별 수요에 의한 주민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기준인건비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방자치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총액인건비제를 기준인건비제로 전환했다. 총액인건비의 경우 총 정원과 인건비 총액한도를 이중으로 통제한 반면, 기준인건비제도는 인건비만 관리하는 것이다. 기준인건비제도 아래에서는 예컨대 충남도에 100명이 일한다면 70~80명은 중앙부처에서 정해준 일을 해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이행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세원의 불균형 문제도 지방자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2012년 기준 국세는 80.1%, 지방세는 19.9%에 해당한다. 10년 전인 2002년 국세 76.7%, 지방세 23,3%보다 격차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중앙에 비해 지자체로 유입되는 '돈 줄'이 미약하다 보니 인건비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허다하다. 2013년 기준으로 18개 시(市), 68개 군(郡), 39개 자치구 등 125개 시·군·구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민선 시대를 거듭할수록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민선 6기 2014년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4.8%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특·광역시 61.5%, 도 29%, 시 31.7%, 군 11.4%, 자치구 27.2% 등이다. 1995년(민선 1기) 63.5%, 1999년(2기) 59.6%, 2003년(3기) 56.3%, 2007년(4기) 53.6%, 2011년(5기) 51.9%인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복지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앙정부가 사회복지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도 지방자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고보조사업 관련 지방비부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고보조금 66.2%, 지방비부담액 33.8%에서 9년 뒤인 2012년 국고보조금 60.9%, 지방비부담액 39.1%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 분야에서도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법령의 안의 범위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토록 하게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자체는 자치사무에 대한 조례제정권까지 중앙의 통제에 종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포=강제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