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이 펴낸 '2014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발행 잔액은 전년 말보다 18.3% 증가한 7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52조원이 5만원권이다. 1만원권이 전년 말 대비 0.4% 증가한 반면, 5만원권은 27.8% 증가했다.
5만원권은 발행 첫해인 2009년 말 9조9230억원, 2010년 18조9962억원, 2011년 25조9603억원, 2012년 32조7665억원, 2013년 40조6812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비해 환수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환수액은 3조9400억원으로 29.7%에 그쳤다.
발행 첫해를 제외하고 5만원 환수율은 2012년(61.7%)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13년 48.6%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과세 강화 등의 이유로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에 예금해도 추가수익을 얻기 어렵고,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면서 현금보유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향후 위기 상황을 대비해 투자 대신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현금유보율은 2008년 712.9%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092.9%까지 증가했다.
자산가들도 현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하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고, 차명계좌 문제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로 시장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그 돈이 실물경기에 쓰이지는 않고 있다”며 “저금리로 예금으로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됐고, 저물가로 화폐가치 손실도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하 경제 확대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 이후 지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뇌물 등 음성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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