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청와대로 와달라고 요청한 뒤 40여분간의 단독 회동을 통해 이완구 총리의 거취 등과 관련, “(중남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회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배석자 없이 40분간 긴급 회동한 자리에서 김 대표가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들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한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고 김 대표가 전했다.
김 대표는 '당 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에 이총리 사퇴 목소리도 전달했나'는 질문에 “여러 주장에 대해 모두 말씀 드렸다”고 말해 당내에서 확산되는 이총리 자진사퇴론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의혹 해소를 위해 어떤 조치도 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얘기에는 총리직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게 되면 의혹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은 내치를 담당하는 국정 2인자인 총리 대신 집권 여당 대표에게 출국 전 여러 현안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주요 회동에는 총리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것 아니냐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백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고 거듭 강조해 김 대표와 청와대간 이견이 있어 말 못할 대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루머도 돌고 있다.
박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자기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방이 끝나는 시점에 여론 추이를 봐가면서 최종 결심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이날 독대는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SOS’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간 역학 관계의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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