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정 한밭도서관 사서 |
4월 23일은 1995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세계 책의 날)'이다. 4월 23일로 결정된 것은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에서 유래됐고 세계적 문호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돈키호테 |
소설 돈키호테는 1605년에 출판된 전편 52장과 1615년에 쓰여진 속편 74장으로 된 대작이다. 셰익스피어의 소설과 함께 서양문학의 최고봉이자 돈키호테를 읽지 않고서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서양문학계의 불문율까지 만들어낸 경이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라 만차의 어느 작은 마을의 시골 귀족인 키하노가 기사도 소설에 심취해 자신을 '라 만차의 돈키호테'라고 칭하고 세상을 유랑하며 악을 처단하고 약자를 구원하는 편력 기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시종인 산초 판사와 함께 떠나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다. 모험은 실패로 끝나지만 진정한 기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돈키호테는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어렸을 때 기억 속에 각인되었던 돈키호테가 새로운 인물처럼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동안 주인공 돈키호테를 무모한 이상주의자로만 생각했었는데 책의 곳곳에서 빛나는 지혜와 통찰력을 지닌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었다.
돈키호테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의 계급이 미천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견까지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해야 하지 않겠냐?”고 국왕폐하에게 충고하고 싶어 한다.
또 공작에게 하사받은 섬의 총독이 된 산초가 섬을 통치하기 위해 떠나는 길, 통치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이정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해준다. “누구나 열망하는 그런 자리에 올랐을 때 처신을 잘못하게 되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긴다”라든가 “자신을 제대로 안다면 누구 앞에서든 지나치게 으스대지 않고 늘 신중하게 행동하게 마련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준다. 또한 산초 자신이 농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충고하거나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 눈을 어둡게 해서도 안되며, 부자의 선물 세례에도, 가난한 자의 호소나 흐느낌에도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산초와 돈키호테의 관계를 통해 서로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지도 배운다. 산초는 자신의 주인이 제정신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을 아껴주고, 시종인 자신에게 고마운 일이 있으면 서슴없이 고맙다고 표현하는 돈키호테를 떠나지 않는다. 400년 전에 쓰여진 소설 돈키호테는 주인공 돈키호테가 2000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어쩌면 꼭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돈키호테가 이런 책이었나'하는 기쁨과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없이 행동만 앞서는 사람을 일컬어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무모한 이상주의자라고도 불리는 돈키호테와 순박하고 충실한 시종인 산초 판사의 모험에 우리는 왜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도전,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4월이 가기 전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을 다시 한번 만나보시길 권한다. 그러면 돈키호테와 산초를 통해 자기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책을 만나는 즐거움에 버금가는 발견의 기쁨도 덤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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