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쿵” 2013년 4월 가게 밖에 무엇인가 떨어진 소리를 들은 김중하(54)씨는 밖을 비추는 CCTV화면에 눈동자가 멈췄다. 호남선 철길을 떠받치는 고가교에서 하얀 흙먼지가 일었고, 자갈 같은 게 고가교 10m 아래 도로에 쏟아졌다. 가게를 박차고 나와 눈으로 직접 보니 사고 상황은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다. 기찻길을 떠받치는 오정고가교 연결부위가 살짝 가라앉은 듯 보였고 기울어진 틈으로 자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고가교를 통과한 화물기차의 마지막 화물칸이 전과 다르게 좌우로 뒤뚱뒤뚱 흔들리며 멀어지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교각 연결부위가 벌어져 내려앉은 듯한 모습은 철길 옆 20년 생활 중에 처음 봤다.
김씨는 잠시 고민했다. “인부들이 현장에 있으니 알아서 조치하겠지”, “기차가 달리는데 이상 없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거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신고했겠지”등 생각이 오갔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려 돌아서는 순간 “기차가 지날 선로까지 휘어졌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휴대전화를 켰다.
#2. 지난달 18일 자정쯤 집으로 향하던 조석희(47)씨도 중구 중촌동 한 상가에서 다급한 순간과 마주했다. 20여개 상가가 밀집한 빌딩 4층 환풍구 속에서 붉은 빛이 물결 치는 게 보였고, 순간 건물 내에 불이 났음을 직감했다. 늦은 시간 거리는 인적 드물었고, 건물 내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듯했다.
불이 시작된 건물에는 찜질방부터 학원, PC방, 노래연습장까지 위치해 있었고, 상황을 모르는 이용객들이 여전히 건물 안에 있을 수 있었다. 조씨는 일단 119에 화재신고를 하고 불이 난 건물에 들어갔다. 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며 화재상황을 경험한 터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불이 난 4층은 연기가 차오르고 전기가 끊겨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식당 업주는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조씨는 소화기를 손에 쥐고 불을 향해 움켜쥐었다.
위의 사고에서 보듯 처음 목격한 시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행동은 대형 인명피해를 막는 귀중한 결과를 가져왔다.
앞서 선로 침하 사고를 발견한 김씨는 112에 신고했고, 코레일에 곧바로 전달돼 오정동 오정고가교에 접근하던 새마을호 기차가 속도를 줄여 사고 선로 200m 앞에서 멈추는 계기가 됐다.
또 화재현장에 있던 조씨가 화재를 진화한 덕분에 찜질방과 학원 등이 밀집한 대형화재 취약 빌딩 내 다른 업소에 확대되지 않아 인명피해도 예방할 수 있었다.
관심을 두지 않고 소홀히 지나쳤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사례다.
선로 침하사고를 최초 신고한 김중하 씨는 14일 “처음엔 공사 중 나는 소리로 여겼다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니 평소와 많이 다르다는 확신이 생겨 신고할 수 있었다”며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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