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아씨 "복지현실 벽 높아도 오뚝이처럼 일어설겁니다"

황경아씨 "복지현실 벽 높아도 오뚝이처럼 일어설겁니다"

장애인리프트 규제 부당함 알리려 협회 설립 장애 정치인 늘어야 정책도 발전할 수 있어

  • 승인 2015-04-15 13:44
  • 신문게재 2015-04-16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휴먼스토리]황경아 대전척수장애인협회장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9일 중구 대흥동 대림빌딩 7층에 위치한 대전척수장애인협회 회장실에서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인 황경아 대전척수장애인협회장을 만났다. 황 회장으로부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계획과 더불어 24년동안 척수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지난 삶의 이야기와 중증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평생을 몸바쳐 일하기로 한 삶의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황 회장님, 이번 장애인의 날 기념대회에 대해 소개해주실까요?

▲이번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대회는 대전시와 장애인의날 행사추진협의회가 주최하고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회장 구자권)가 주관하는 가운데 오는 20일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대전시청 3층 대강당과 잔디광장에서 열립니다. '함께하는 세상,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는 장애인단체와 관련기관, 내외빈과 장애인, 가족 등 4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4월에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 의지를 고취시키고,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 행사인데, 장애인의 권익 증진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대전시민들께서 많은 관심과 격려로 함께 참여해주시길 소망합니다. 이 행사가 단순히 행사로만 끝나지 않고, 시대가 원하는 초석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척수장애인이 되셨다고요.

▲ 1991년 10월 경찰 입교 이틀을 앞둔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가 귀가하던 중 경부고속도로 천안기점 3㎞ 지점에서 고속도로 밖으로 추락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경추 4, 5번 골절로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이후 병원에서 2년여 동안 치료받고, 1993년도에 퇴원해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을 갖게 되면서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됐죠.열악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사회복지 학사와 법무행정학사를 거쳐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끊임없이 저를 단련시키고 연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인 영향도 크지요.

-황 회장님은 중증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소개해주실까요?

▲종교 활동을 하면서 '나 자신이 장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되나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웨딩숍, 음식점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재테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교회에서는 연극과 영상촬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날 행사를 교회 성도들에게 계몽했죠. 특히 어려운 환경의 장애인 돕기 성금 모금을 통해 의료적인 치료와 리프트 설치, 리프트 차량 구입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애인 리프트 규제가 생기면서 자력으로 만든 시설물 폐쇄라는 정부의 방침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지만 결국 리프트 시설은 폐쇄돼 얼마나 속이 상하고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대전척수장애인협회를 설립하게 되셨다면서요.

▲이 때 기도와 고민 끝에 장애인의 권익과 장애인의 상황을 제대로 알려 국가와 사회에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전척수장애인협회 설립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2004년 대전시척수장애인협회를 창립한 후 2005년 대전시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고 활동하게 됐지만 대부분의 단체와 기관에서는 저희 협회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척수장애인들조차도 협회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많은 시간동안 외로운 투쟁을 하게 됐지요.

척수장애인 몇 명이 십시일반으로 각출해 허름한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그마저도 안되는 상황에서 협회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수백 번도 더 포기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게 지내왔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던 생각을 하면서 쓰러져도 또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섰습니다. 앞으로도 쓰러질 일이 있겠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대전척수장애인협회는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요.

▲대전척수장애인협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전보건대학과 산학협동 결연 후 척수장애인들에게 아로마 마사지 사업과 목욕 서비스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에게 공기 방석을 배부해 왔고, 사업을 점차 늘려나가 이제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줄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는 700여명의 척수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포함해 3000여명의 회원이 장애인 복지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 장애인보호작업장, 보장구수리지원센터, '한밭사랑愛가곡제', 중증장애인문화센터, 장애인직업재활센터, 'I'm 오뚝이대회' 등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복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어야 된다고 봅니다. 걸을 수 없는 사람에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고,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알 수 있게 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죠.

저는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장애인연대를 구성해 장애인 당사자가 정계 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했고, 시의원 한 명을 의회로 보내는 성과도 만들어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엔 많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당사자 아니고서는 장애인의 어려움과 고통을 모릅니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당사자가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이러한 당사자가 정치권에 많이 진출해야 그만큼 장애인 복지 발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그동안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수많은 일을 해오신 것으로 압니다. 소개좀 해주실까요?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대전대흥침례교회 2만 여명의 성도를 대상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를 주관하면서 중증장애인을 연극에 참여시켜 희망과 자존감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또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전보호관찰소와 공주보호관찰소에서 교통사고 준법 강사로 활동하면서 사고에 의한 장애발생현황과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교화시켜 장애인에 대한 인식변화를 주도해나가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8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2011년 2월에는 동구 낭월동에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주)농수산홈쇼핑, 벅스리아 등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 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재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장애인보장구수리지원센터를 설립해 100여명에게 전동휠체어와 일반휠체어의 고장부품을 지원하고 무료로 수리해줬습니다. 지금은 보장구 사용 홍보와 보급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장애인럭비협회장도 맡고 계시지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대전광역시장애인럭비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쿼드팀과 오픈팀을 창단해 20여명의 럭비선수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장애인전국체전과 생활체육대회 등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둬 장애인 체육을 통한 재활의지 북돋우기와 장애인 사회 참여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3회에 걸쳐 전국장애인럭비대회를 대전에 유치해 중계방송을 하는 등, 휠체어럭비 보급과 더불어 장애인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대전척수장애인협회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활동을 말씀해주시지요.

▲2008년도 대전척수장애인협회장으로 취임해 활동보조지원사업을 허가받고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상생활보조와 가사, 이동보조, 신변처리 등을 제공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재활지원센터를 통한 무료 보장구수리지원과 차량이동서비스와 함께 2011년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개소해 직업능력이 낮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업교육을 통한 사업체 연계와 취업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또 2012년 중증장애인문화센터 사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소외계층인 중증장애인들에게 매주 1회 드로잉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의 삶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으로부터 2014 대전을 빛낸 최고장애인복지상을 받았습니다.

-황 회장님은 앞으로 어떤 세상을 꿈꾸시나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복지세계를 희망합니다.

많은 사업을 이루기까지 쉬운 것은 없었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없이 포기하고 싶은 시간이 올 때마다 '포기하지 말자', '난 할 수 있어'라고 되뇌면서 장애와 환경을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도전을 주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목적이 있는 삶'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현에 일조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밤낮 쉬지 않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권익과 비장애인과의 소통, 복지증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황경아 회장은= 1967년 대전 동구 신안동에서 2남중 장남으로 출생해 대동초등학교와 동중학교,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4년 휴학 중으로 세계사이버대학 사회복지과와 서울사이버대학교 법무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전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공공정책학과를 수료했다. 1988년 입대해 육군 특수기동대 소대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후 경북 상주에서 조립식 건축 사무소를 개소해 상주와 정촌 지역에서 조립식 건축 활동을 했다.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1급, 상담심리치료사 2급으로 육군5531 연대장 표창, 산림청장 표창, 대전시장 표창,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사)한국청년유권자연맹 대전지부 장애인복지상을 받았다.

범아조립식건축 대표, 곤지곤지잼잼 웨딩영상 대표, (사)대전광역시척수장애인협회 상임이사,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충청지부 지부장, 대전시장애인럭비협회 회장, 충청장애인신문 취재부장, (사)충북황정장애인문화예술원 상임이사, 헤스티아헤어 대표를 지냈다.

현재 (사)대전광역시척수장애인협회회장, 대전시사회복지사협회 정책분과위원, 대전보호관찰소 교통준법 강사, 대전광역시립체육재활원 운영위원, 대전시편의시설시민촉진단 부단장, 대전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위원회 위원, 대전시장애인콜택시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주)에이블월드 대표이사, (사)대전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새누리당 대전시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한성일 취재3부장(부국장)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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