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가 은행에 맡긴 총예금액은 530조539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지만 이 중 저축성 예금은 482조2933억원으로 4.9%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신 수시로 돈을 뺐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은 48조 2465억원으로 15.0%나 늘었다.
금리가 낮다보니 예금 이자를 얻기보다는 잠시 돈을 은행에 맡겨놓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은행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2007년 6.7% 감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2010년 이후 4년동안 연속해서 둔화했다.
이같은 사상 최저 행진을 지속하는 데는 저금리 장기화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투자 상담을 받은 한 고객은 “금리가 떨어질 때까지 떨어져 투자 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주식이나 보험 등 예금이 아닌 다른 투자상품을 문의하러 왔다”고 밝혔다.
예·적금을 활용해 목돈을 모아온 직장인 최모(33)씨는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는 등 더이상 예금으로 돈을 모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자산 불리기가 쉽지 않아 위험성이 있더라도 펀드나 주식 등 다른 상품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투자수단으로 은행의 저축 상품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금전신탁,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발행잔액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ELS 미상환 잔액은 53조5037억원으로 전년도 37조 9890억원보다 40.8%나 증가했다.
금전신탁의 수신잔액도 286조9325억원으로 전년대비 15.5%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돈이 은행으로 흘러가지 않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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