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 총장 |
입학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4월은 '과학의 달'이라고 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학 관련 행사들이 열리고 있어 부산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최근 이공계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년전만해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논란거리로 대두됐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이공계 대학을 찾아가 채용설명회를 열거나, 이공계 석ㆍ박사과정 학생들은 매달 200만원씩의 연구보조비를 지원받는 입도선매의 대상이 되는 등 이공계생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러브콜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삼성·LG·현대기아차 등 그룹사 대부분이 연구개발인력 채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화학·화공·재료·기계·전기전자·물리학 전공자들은 상당히 여유로운 분위기라고 한다. 주요 그룹사뿐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석·박사과정이나 박사후과정(포스닥) 학생들을 대상으로 산학장학생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학장학생으로 선발되면 기업마다 조건의 차이는 있지만 석사과정은 연 1200만~2000만원, 박사과정은 1800만~2400만원의 연구보조비가 지급되며, 학비 또한 이와 별도로 지원된다는 것이다. 학위 취득 후에는 전공 분야 관련 경력을 고려해 인사 배치가 이뤄진다.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이 R&D(연구개발) 조직의 구애 대상이라면 화학·화공·재료·기계·전기전자 등을 전공한 학부 학생들은 현장에서 선호하는 인재라고 한다. 이처럼 고급 이공계 인력 수요가 폭증한 것은 성장한계에 다다른 그룹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재벌 그룹 관계자는 “이공계 학부 출신들이 각 사업부서 내에서 제품 개발을 담당한다면, 석·박사 인력들은 소프트웨어센터, DMC연구소, 종합기술원 등에서 5년이나 10년 후 미래 신기술 등을 연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과학입국만이 살길인 우리나라 실정에서 '과학의 달'에 듣는 이같은 소식들은 지극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UN이 정한 '빛의 해'이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으로 오는 10월에는 '세계과학정상회의'도 개최되는 등 과학 중흥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국내외에서 전개될 전망이다.
그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경제 역시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다시한번 과학발전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는듯 하다. 정부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를 주관 부서로 하여 과학 중흥을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의 시동 엔진 역시 과학기술의 역할에서 찾고 있음이 그를 말해주고 있다. '창조경제의 뿌리 과학창작', '사이언스 데이', '과학사랑 음악회', '내 인생을 바꿀 과학책' 등 수많은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과학 분위기에 흠씬 젖게 하려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과학의 생활화다. 즉, 행사로서의 과학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자체가 과학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과학의 달을 기해 각급 학교에서 실시되는 '과학의 달' 행사가 그날 하루의 형식적인 놀이에 그쳐서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찍이 르네상스시대 최고의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학을 모르고서 실천에 뛰어드는 사람은 키도 없고 나침반도 없이 배를 몰고 가는 것이다” 라고 과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톨스토이 역시 “문학과 과학은 빵과 물과 같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제 다시 우리의 모든 역량을 과학에 집중할 때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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