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유희열<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정규 7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Da Capo(다 카포)'를 열고 관객과 만났다. '다 카포'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주하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 이날 유희열은 1집을 발매했던 1994년 초심으로 돌아가 20년이라는 기적 같은 시간을 함께 해준 팬들과 추억을 공유했다.
●초호화 보컬진 한자리 '종합선물세트'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다. 이날 공연에는 무려 14팀의 가수가 총출동해 잊지 못할 감동을 전했다. 1부의 포문은 이적이 열었다. 특유의 묵직하고 파워풀한 보컬로 7집 수록곡 'Reset'을 열창해 관객의 귀를 뚫었다.
이어 김연우가 무대에 올라 '여전히 아름다운지', '거짓말 같은 시간'을 불러 추억의 향수를 자극했다. 김연우는 “7년 만의 토이 콘서트라 무리했더니 목이 나갔다”며 “긴장돼서 잠도 안 왔다. 10년 뒤에는 두 키만 내려서 부르자”며 웃었다.
이어 윤하가 6집에 수록돼 사랑 받았던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을 열창했다. 여성 보컬로 토이 앨범에 가장 많은 곡에 참여한 조원선(롤러코스터)도 빠지지 않았다.
김동률이 무대에 오를 땐 아이돌 그룹 콘서트 못지않은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멋지게 소화한 그는 “곡 참여 제의를 받은 게 6년 전이다. 이후 몇 년간 기약이 없어 여행 갈 때마다 유희열에게 허락을 받고 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토이를 업어 키웠다"는 윤종신도 등장했다. 유희열과 '스케치북'을 함께 부른 그는 “작은 작업실에서 음악했던 그가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을 3일 동안 꽉 채우는 뮤지션으로 성장해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2부의 문은 신재평(페퍼톤스)이 활짝 열었다. 이후 이수현(악동뮤지션)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캐럴송 'GoodBye Sun, GoodBye Moon'을 불렀고, 크러쉬와 빈지노가 'U&I'로 객석의 호응을 이끌었다. 유희열의 애제자 이진아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를 열창했다. 성시경도 함께였다. 그는 '세 사람', '소박했던, 행복했던'으로 여심을 홀렸고, “유희열은 진짜 변태”라며 특유의 입담으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쉴 틈 없이 이어진 역대급 무대에 모두가 지쳐있을 공연 막바지, 이적이 재등장해 자신의 히트곡 '하늘을 달리다'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후 김형중 '좋은 사람', 이지형 '뜨거운 안녕'이 이어지며 공연의 정점을 찍었다.
●유희열과 관객, 음악과 추억을 공유하다
이날 공연은 4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긴 시간이었지만,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 장치는 필요하지 않았다. 유희열의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와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그간 토이 앨범에 참여해온 쟁쟁한 보컬 라인업이면 더할 나위 없었다. 무엇보다 현장을 찾아준 팬들의 믿음과 신뢰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유희열은 음악이 아닌 추억을 공유했다. 농담처럼 툭툭 내뱉는 말에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다시 만난 반가움,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또 팬들에게 유희열은 단순한 뮤지션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이자 멘토였다.
이날 그는 “토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기적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분들이 이곳에 와있다”며 “7년 만에 연 공연인데, 다들 행복해 보여서 좋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또 고(故) 신해철을 떠나보내며 만든 곡 '취한 밤'을 소개할 땐 “우리 아직 괜찮다. 다 괜찮아. 다들 늦지 않았고, 충분하다”며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아요”라고 위로의 메시지도 건넸다.
앙코르 무대에선 'Thank you'를 부르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유희열은 “오늘 많은 힘을 얻고 간다. 언젠가 또 만났으면 한다. 그때까지 잘 늙어가고 견뎌보자”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토이 콘서트는 지난 2일 시작돼 4일을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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