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욱 과장 |
하루 동안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이른다. 평소에도 소장과 대장에는 200㎖ 가량의 가스가 항상 들어 있으면서 장벽을 통해 혈관에 흡수돼 트림이나 숨을 쉴 때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소장에서 미처 흡수되지 못하고 내려온 음식물이 대장 내에 살고 있는 세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가스가 생긴다. 종류도 질소와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등으로 다양하다. 수소를 소모하는 세균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메탄가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메탄가스를 만드는 세균이 많으면 대변이 가벼워져 물에 둥둥 뜬다. 일부는 간에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방귀 소리가 유달리 큰 사람이 있다. 방귀 소리 역시 악기에 비유할 수 있는데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유난히 셀 때, 혹은 같은 양에 같은 힘을 주었다면 배출되는 통로가 좁을수록 소리가 크게 난다. 즉, 방귀 소리가 큰 사람은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이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작은 구멍으로 한꺼번에 많은 가스가 배출되면서 항문 주변의 피부가 떨려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이다.
치질처럼 항문 질환이 있을 때 소리가 더 크게 날 수도 있다. 괄약근의 통로가 부분적으로 막히기 때문. 하지만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방귀 소리가 크다면 가스양이 많거나 힘을 줘 압력이 높아서이지 장 건강과는 특별한 상관이 없다.
장 속에 분포하는 가스는 수소와 메탄가스,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와 같은 무색무취의 기체인데 왜 그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까.
원리는 간단하다. 대장 내에서 발효되는 가스 중 메탄가스 성분이 음식물이나 체내에 있는 황과 결합하면 냄새가 고약해진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식품은 아미노산 성분이 분해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켜 고약한 냄새의 주범이 된다. 흔히들 '계란방귀'가 더 독하다고 하는데 계란 흰자에 단백질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탄수화물에 의한 방귀는 큰 소리를 동반하지만 냄새는 그리 고약하지 않다.
음식만 잘 선택해도 방귀 걱정은 사라진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과일이나 채소류(특히 콩류)는 소장에서 분해, 흡수되지 않는 단당류를 포함한다. 또 밀과 귀리, 감자, 옥수수로 만들어진 가루음식은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다당류를 가진다. 식품 첨가제로 사용되는 설탕과 섬유소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간다. 드링크류에 들어 있는 과당과 저칼로리 감미료(솔비톨, 펙틴, 헤리셀룰로스)도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뱃속에 가스가 많이 차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이 있다. 이는 체질적으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거나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기 때문이다. 우유뿐 아니라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 콩류, 감자, 양파, 샐러리, 당근, 양배추, 건포도, 바나나, 살구, 자두, 감귤, 사과, 밀가루, 빵 등도 방귀를 유발하는 식품 중 하나다. 그러나 요구르트에는 유당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유산균이 들어있어 장건강과는 무관하다. 공기를 들이마시게 돼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는 껌과 사탕, 탄산음료도 피하는 게 좋다.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평소 방귀가 자주 나와 불편하다면 이들 식품 섭취를 조절하는 게 도움이 된다.
방귀 횟수를 건강과 연관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많이 뀐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면 방귀를 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귀는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와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과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할 뿐 건강과 연관이 크지는 않다.
또 냄새가 고약하다고 해서 대장 질병이 있다고 명확히 연관 짓기는 어렵다. 물론 대장에 질환이 있어 음식물이 대장에 꽉 막혀있으면 가스가 더 많이 생겨 냄새가 지독해지지만 일반적으로 대장 질병과 방귀 냄새가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귀와 함께 복통과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불규칙한 배변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질환에 의해서일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대장내시경을 포함해 여러 검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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