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배재대 총장 |
고대 그리스 여신 중에 사냥과 처녀성을 담당하는 아르테미스가 있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누나다. 레토의 임신과 함께 제우스의 부인이었던 헤라는 레토의 쌍둥이 자식이 제우스 다음가는 권력을 가질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출산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쌍둥이는 성장하면서 아폴론은 태양을 아르테미스는 달을 관장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달 밝은 밤이면 늘 몸종과 함께 숲에서 사냥을 즐기는 아르테미스는 아폴론과 마찬가지로 화살이 주요 무기였다. 특히 아르테미스의 활솜씨는 뛰어나 희생물에게는 아무런 고통을 주지 않고 목숨을 앗을 정도로 화살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고 한다. 하지만 성격이 거칠고 복수심이 강해 한번 화가 나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순식간에 죽였기 때문에 희생물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아르테미스를 사람들이 좋아하였던 이유는 바로 풍요의 여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아폴론 신전보다 더 큰 신전을 오늘날 터키 서쪽의 도시 에페수스에 건축하였다.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는 에페수스에 아르테미스신전을 완성하였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이 신전을 보고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걸작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신전은 기원전 356년 10월 헤로스트라투스의 방화로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다. 물론 에페소스 사람들은 이 신전을 다시 재건하였고, 아시아 원정길에 이 관경을 본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지어준다면 모든 경비를 부담하겠다고 하였지만 에페소스 사람들은 거절하였다.
지난주에 독일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저먼윙스가 알프스에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고는 부기장 루비츠의 고의 사고로 밝혀지면서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루비츠의 이상한 행동, 이해할 수 없는 행적, 우울증, 혹은 정신질환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원전 4세기 헤로스트라투스는 '어차피 나쁜 짓을 하려면 후세에까지 그 이름이 남을 정도로 아주 큰 나쁜 짓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고대 그리스의 가장 걸작이었던 아르테미스신전을 불태웠다. 루비츠의 전 여자 친구도 루비츠가 '언젠가는 모든 시스템을 바꿀 일을 할 것이며, 그러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전했다.
물론 루비츠의 고의 사고가 경찰에 의해서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이 그의 고의 사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헤로스트라투스도 루비츠도 이름 없이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라도 이름을 남겨야겠다는 아주 짧은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다. 특히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도덕성이나 공감 내지 이해능력이 모자라 나쁜 일로 유명해진 사람들을 추종한다. 특히 루비츠는 루프트한자 조종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함으로써 150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저가항공사가 부족한 조종사를 어떻게 충당하느냐하는 것은 완전히 항공사의 몫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의 범위가 넓고 정신질환자가 많은 병의 특성상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조종사 채용과정에서 정신병력 여부를 따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항공사의 주장은 설득력을 더 이상 얻을 수가 없게 되었다. 즉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조종사에게까지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정신질환 경력자를 선발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다.
비행기의 추락은 아르테미스의 화살만큼이나 빨라 희생자들도 죽는 줄조차 모르고 죽었다고 위안을 해 보지만, 이번 경우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진 못했을 것이다. 항공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의 명복과 쾌유를 이번 기회를 통해 빈다.
김영호 배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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