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5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국립대전현충원 46용사의 묘역을 찾은 김태석 원사의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무슨 말을 할까. 미안해, 아직 아프고 그립다.”
25일 대전국립묘지 천안함 46용사 묘역. 이곳에 잠들어 있는 남동생 고 김태석 원사를 만나러 온 막내누나 김원씨는 지난 1년간 곱게 수 놓은 편지를 비석 위에 살포시 포갰다.
동생을 만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가득하다가도 편지에 옮겨진 말은 “미안 미안, 아프다… 그립다…”가 전부였다.
다섯해가 지나도록 문밖에 나서며“태석아 다녀올께”라는 혼잣말을 하고, 3월 25일 남편 생일을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막내동생이어서 애교도 많았고 저를 많이 따랐어요. 더 쓰다듬어주지 못하고 보낸 게 아쉽고 그리워요” 김씨는 이렇게 말하며 남동생 묘 앞에서 기도했다.
천안함 폭침 다섯해를 맞아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는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를 만나려 많은 추모객이 쉼 없이 찾아왔다.
흰 국화 한송이와 용사들이 즐겨 먹었을 빵과 과자도 아담하게 담아와 용사 영정 앞에 올려졌다.
올해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격하게 흐느끼던 대학생 대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묘역에 찾아온 추모객과 어느새 자란 용사의 자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영정을 닦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46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가 잠든 묘역은 시간이 멈춘 듯 그 모습이었지만, 매년 이맘때 마주하는 유족들은 그리움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이날 고 박보람 중사의 묘역을 찾은 어머니 박명이씨는 “아들이 훈련을 끝내고 배에서 돌아오는 5~6일을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아들 없이 5년을 보냈다”며 “세월이 약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힘들다”고 한숨 쉬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에 의해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피격돼 전사한 46용사가 모셔진 묘역에 천안함을 새긴 동판과 함께 '북한 잠수정 어뢰공격으로 전사한 천안함 용사'라는 설명이 굳게 새겨져 있다.
특히 올해는 천안함을 기억하려는 사진전과 추모식장이 곳곳에 만들어져 현충원이 아니어도 시민들이 천안함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대전역 대합실 통로에서는 천안함 관련 사진 41점을 전시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지광규씨(61·가양동)는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넋 놓고 있다가 언제 또 당할지 모른다”고 대비를 강조했다.
신민균씨(21)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교육 받으며 안타까운 일이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법규정에 따라 5주기 추모제 이후 국가보훈처가 주도하는 추모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 2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추모식이 정부 주최의 마지막 행사가 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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