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
주자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少年易 學難成 一寸光陰 可輕)고 가르쳐주었다. 어느 한 대학에서 '시간 관리' 특강강사가 실험을 통해 우선순위의 한 원리를 가르쳤다. 커다란 항아리를 앞에 놓고 주먹만 한 돌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라고 물으니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예!” 라고 대답했다. 강사는 다시 조그만 자갈들을 항아리에 한참 채워 넣고 “이제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글쎄요”라고 머뭇거렸다. 강사는 이번에 다시 큰 돌과 작은 자갈 사이로 가는 모래를 한동안 채워 넣었다. 그리고 전과 똑같이 물었다. 학생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우뚱했다. 강사는 다시 주전자의 물을 항아리에 한참 동안 부었다. 큰 돌들로 찼다고 했지만, 그 틈새로 작은 자갈과 가는 모래와 물까지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항아리에 넣는 물건의 순서를 큰 돌→작은 자갈→가는 모래→물로 하지 않고, 물이나 모래나 작은 자갈을 먼저 넣었다면 절대로 큰 돌을 넣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선순위란 바로 이런 것이다. 초상집에 문상 갈 때마다 자녀들이 고인에 대해 다하지 못한 후회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그래서 효도는 기회를 놓치면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있을 때 잘해”와 “때는 늦으리”란 말은 인생살이 곳곳에 해당되는 경고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신다)란 말도 기억해야 한다. 사후약방문이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차선은 될지언정 최선일 수는 없다.
성리학자 주자는 인생에 열 가지 후회할 일이 있음을 가르쳐주었다(朱子十悔訓). ①불효부모사후회(孝父母死後悔 /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②불친가족소후회(親家族疏後悔 /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③소불근학노후회(少勤學後悔/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 ④안불사난패후회(安思難敗後悔 /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⑤부불검용빈후회(富儉用貧後悔 / 재산이 풍족할 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뉘우친다) ⑥춘불경종추후회(春耕種秋後悔 /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뉘우친다) ⑦불치원장도후회(治垣墻盜後悔 / 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뒤에 뉘우친다) ⑧색불근신병후회(色謹愼病後悔 / 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뉘우친다) ⑨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 / 술에 취해 망령된 말을 하고 술 깬 뒤에 뉘우친다) ⑩부접빈객거후회(接賓客去後悔 /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
인생의 종점에 이르러서 감사와 찬송이 넘쳐야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서야 되겠나? 그러기 위해서 매일 매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정성껏 살아야 될 일이다. 시간상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대상자로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할 일로서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지나간 뒤에 발자국을 되돌아 볼 때 반듯하게 선이 그어져야 한다.
김구(九) 선생이 아껴쓰신 명구절을 소개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눈 덮인 들길을 걸을 때도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네가 걸어간 발자국을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이정표삼아 딛고 온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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