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전사람의 기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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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전사람의 기질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

  • 승인 2015-03-24 14:06
  • 신문게재 2015-03-25 18면
  •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그 나라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음식의 차이 또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다른 표현으로 기질에 관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류의 논의 속에는 지역감정이라는 말도 파생된다. 먹는 것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경우 서부지역의 쓰촨성이나 후난성 지역에서는 매운 맛을 즐기는가 하면 후이(回)족은 이슬람교도가 많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또한 북방민족인 만주족은 개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과 함께 중국은 지방색도 극심하다.

얼마 전 나온 베이징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베이징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라는 책에 소개된 중국의 지방색 또는 지역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보다 더 심하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를 보면 먼저 산둥(山東)성 출신 사람들이 예부터 다른 지역사람보다 키가 크고 장대했음에도 산둥얼(山東兒· 산둥꼬마)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다른 지역 중국인들의 배타적심성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덩샤오핑의 고향 쓰촨성 출신에게도 땅콩보다 더 작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쓰촨먀오쯔(四川苗子)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방색이 심하다 보니 정치무대에서는 동향인을 끔찍하게 위하고 특정 지역 사람들을 백안시하는 지역감정이 심하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1990년대 장쩌민 전 국가주석겸 총 서기가 상하이와 그 일대 출신 인재들을 대거 중용한 이른바 상하이방(上海幇)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중국이 이처럼 지방색 또는 지역감정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은 나라가 크고 언어가 다르며 골격이나 외모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한편 오랜 기간에 걸쳐 전쟁을 하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동향 아닌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정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으로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새삼 중국, 중국인의 지방색 내지 지역감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부터 대전시가 '대전 근현대역사자료 수집 및 기록화사업'의 일환으로 펴내고 있는 '대전근대사연구초' 3집에 실린 한 대학교수의 원고 '중도 대전(中都 大田)'에 나온 대전의 풍수론과 대전 사람의 기질에 관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6·25직후인 1954년 당시 서울신문에서 발행되던 잡지 '신천지'제9권 7월호에 실렸던 글로 충남대 지리학과에 재직 중이던 노도양교수가 썼다.

'역사적으로 본 대전'이라는 절에서 노교수는 “…우리 동양의 소위 풍수 또는 지관들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대전은 '대결국무주지상(大結局無主之象)' (크게 마련되어 주인이 없는 모양) 이라고 한다. 즉 대전주변에는 보문산, 식장산, 계족산, 비파령 같은 그만그만한 산들이 솟아있으나, 멀리 떨어지고 이렇다할만한 주산이 없는 평범하고도 평탄한 평야분지에 대전시가 점거되었음을 말한 듯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대전이 뚜렷한 주인이 없다는 것을 풍수지리적 측면으로 풀어낸 말로 풀이된다. 이어 노교수는 대전인이 백제와 고려를 거치는 동안 저항의 정신을 길러왔고 이조시대에 이르러 '한밭'을 중심으로 많은 학자출신들이 나오고 경기의 양반들의 낙향에 따라 대전의 문운(文運)은 더욱 융성해지고 대전인 기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역사적 대전인 기질은 일견 침체하고 무기력하고 양반타령만 하는 것같이 보이고 행동에 있어 「완만」을 그 특징같이 여기었지만 국가존망지추(存亡之秋)에는 대전인이 일어났음을 강조했다. 구한말 음독 자결한 연재 송병선(淵齋 宋秉璿) 선생이야말로 대전인 기질을 전통적으로 유지해왔고 또 그를 실천에 옮긴 고결한 인격자로 치하하면서 대전출신의 많은 정치가, 교육가, 실업가 등들에게 한국의 기대가 크다는 표현으로 대전인의 기질론을 끝맺었다.

노교수의 대전기질론에 눈길이 간 것은 무엇보다 최근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현안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데다 중앙정치무대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불편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KTX의 서대전역 정차문제는 이미 여러 해전에 결정된 사안이지만 막상 코앞에 닥쳐 논란이 일었으나 지역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엑스포재창조사업또한 매한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곳에 기초과학연구원 건립을 지원해 주기로 했으나 예산지원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한다는 소식은 지역민들에게는 실망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으며 정부의 사정의 칼날이 맨 먼저 충청지역 기업에 쏠렸다는 점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작금의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대전과 충남의 정치지형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이웃인 충북과의 대비되는 기질론도 제기되고 있으며 해묵은 논란 중 하나인 지역원로가 부재하다는 얘기에서부터 리더십에 대한 논의까지 대전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출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대전은 밭전 자(田)처럼 각 지역의 사람들이 고루 모여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전해 오고 있으며 따라서 영호남과 같은 뚜렷한 정치색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이 지적돼왔다. 그런 면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일은 결국 사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할 때 지금의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민들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대전으로서는 기질론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난관을 돌파하는 시민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조성남 희망의 책 대전본부이사장·前 중도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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