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온라인쇼핑몰에서 일하며 배울 직원을 뽑는다는 구직사이트 구인광고에 전화한 게 실수였다.
구인광고는 해외 직구사이트 사기범죄 일당 조모(38)씨와 권모(28)씨 낸 것으로 김씨는 이들에 속아 가짜 쇼핑몰의 운영자로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일을 배우는 수습이라는 이유로 약속된 월급보다 적은 130만원을 받으며 일을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온라인쇼핑몰 운영을 꿈꾸며 1년간 학원에서 웹디자인을 배운 그였다.
캐나다 고급점퍼를 구매하겠다며 80만원을 입금하거나, 구두를 구입하는데 50만원 등 하루 4~5건씩 주문이 들어왔고, 12월에 가까워오자 하루 30여건 주문이 쇄도했다.
김씨는 자신 명의 통장에 들어온 물품 대금을 은행에서 찾아 종이상자에 담은 후 실제 운영자 조씨와 권씨 일당에 택배로 보냈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해외에서 결제하려면 현금으로 받아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며 김씨에게 5만원권으로 택배할 것을 지시했고, 김씨도 쇼핑몰사이트의 운영방식으로 여기고 의심하지 않았다.
고객이 김씨 통장에 입금한 돈을 현금으로 찾아 택배로 보내길 10여차례 반복하는 동안 12월 중순이 됐다.
주문한 물품이 도착하지 않는다며 김씨 집을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해외쇼핑몰 사업자등록을 김씨 이름으로 했기 때문에 돈을 보내고도 물품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김씨 집을 밤낮 없이 찾아왔다.
김씨는 해외에서 배송이 늦어지는 것이라는 사기범의 말을 믿어 고객에게도 그렇게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일을 한 5개월 동안 실제 업주 두 명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현금을 택배로 보낸다는 것도 그때서야 의심스러웠다.
김씨는 12월 둔산경찰서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3개월 수사결과 서류상 김씨는 피해자 352명과 피해액 2억원 규모의 사기범죄의 주범이 되어 있었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3일 가짜 해외직구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해 352명에게서 1억9600만원을 받아 챙긴 조씨와 권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구직사이트를 통해 고용한 김씨를 대표사업자로 내세워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전화와 문자만으로 일을 시켰으며, 고객이 주문한 물건은 하나도 배송하지 않았다.
김씨는 범죄사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던 사항이 인정돼 불구속 입건됐다.
김선영 사이버수사대장은 “고객센터를 통해 해외 배송이 늦어진다며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 피해자와 피해액이 크게 늘었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하거나 사업자정보를 국세청 통해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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