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개통을 10일 앞둔 23일 송석두 충남도 행정부지사, 김기영 충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이 공주역~광주 송정역을 왕복하는 시승식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충남도의회 제공 |
[르포] KTX호남선 시승기
23일 오후 2시42분께 KTX 공주역 플랫폼으로 큰 '구렁이' 모양의 열차가 도착했다. 다음달 2일 호남고속철 본격 개통을 앞두고 이곳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시운행될 KTX였다.
겉모습부터 과거 열차 '머리'가 세모 모양이었던 KTX와 사뭇 달랐다. 열차 '머리'의 무게 중심이 지면 쪽으로 더욱 낮아진 것이 눈에 띄었다. 마치 큰 구렁이가 먹이를 향해 전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처럼 변화를 준 이유는 공기 저항을 줄여 시속 350㎞ 이상을 내기 위해서다.
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안락한 승차 공간이 눈에 띄었다. KTX호남선은 기존 70석에 달했던 1칸 좌석이 50여 석으로 줄었다. 편의시설이 설치된 칸은 48석, 특실의 경우 33석이다. 이전 KTX는 앞좌석까지와 거리가 짧아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키 175㎝인 기자가 좌석에 앉아 다리 쭉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을 만큼 공간이 넓어졌다. 좌석이 360도 회전할 수 있어 역방향과 정방향 여행이 가능하다.
공주역을 출발한 지 불과 6분만에 KTX는 이내 시속 300㎞에 달했다. '광속 질주'에도 마치 고급 세단을 타고 있는 것처럼 열차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레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 열차는 어느덧 익산, 정읍역을 지나쳐 46분만에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 지난 19일 오후 전북 익산역에서 충북 오송까지 오가는 호남고속철도 시승행사가 열린 가운데 취재진이 KTX 산천에 탑승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
2일부터 공주역 정차 KTX는 평일 33회, 주말 35회 편성된다.
공주역에서 용산역까지 65분, 광주 송정역 46분, 목포역까지는 95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일반실 기준 용산역 2만 5100원, 목포는 2만8200원이다. 기존 계룡역 기준 광주와 용산역이 각각 1시간 50분, 서울 용산 2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호남 KTX 개통으로 수도권과 호남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앞으로 세 지역간 협력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호남 KTX 개통을 충남 발전 기폭제로 삼기 위해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령역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공주~서천 고속도로 남공주IC를 나온 취재진 차량은 구불구불한 편도 1차선 도로를 15분여 달려서 공주역에 도착했다. 도로변에 있는 이정표 역시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공주역 인근에는 일반 역사처럼 흔한 마트나 식당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논과 밭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날 시승식에 참석한 김기영 충남도 의장은 “백제문화권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인근 논산훈련소와 연계한 국방클러스터 구축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종화 건설해양소방위원장은 “공주역의 조속한 활성화를 위해 국도 23호~국도 40호, 공주역~계룡대간 국도 지선의 조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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