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연고로 한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권으로서는 안방을 점령당하는 꼴이어서 지역사회가 초비상이다. 자금 역외 유출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3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올해 대전 도안신도시와 세종시에 각각 1곳의 점포 개점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08년 대전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지난해까지 대전 7곳, 세종 1곳 등 8곳의 지점을 냈다.
전북은행은 충청권 정착과 관련해 내부에서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한해 충청지역에서 여신이 4300억원 증가하는 등 1조원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충청권 점포 대부분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전북은행 한 관계자는 “대전은 전북 지역과 인접해 정서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 쉽게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올해 2개 지점을 신설해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광주은행도 올해 세종시 영업점 개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 서울에 대치동지점과 방배지점을 개점하는 등 수도권 영업력 강화 및 탈 지역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김한 광주은행장은 과거 전북은행장으로 재직하며 대전 진출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대구은행도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지난해부터 세종시 진출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대전에 첫 지점을 개설한 부산은행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은행들의 지속적인 충청권 공략은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위에 수도권 점포 설치 규제 허가를 요청하는 등 전국구 은행을 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충청권에는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충청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되면서 지역을 연고로 하는 지방은행이 없는데다 세종시 건설로 금융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사이 타 지역 지방은행들은 충청권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며 “세종시 발전이 계속될 전망인데다 충청권이 전국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어 지방은행의 진출이 더욱더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타 지역 연고 지방은행의 잇따른 진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충청권 연고의 지방은행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 역외 유출 등 지역금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지역은 2013년 지역 총생산이 전국 대비 12.3%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지만 은행의 여수신 비중은 전체 은행의 4~5%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금융의 역할이 미흡한 실정이다.
자영업자 A(47)씨는 “타 지역 지방은행들이 수익금을 충청권에 환원한다고 해도 자기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은 뻔한 일 아니냐”며 “경기도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듯이 충청권도 서둘러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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