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혼인(婚姻)과 결혼(結婚)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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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혼인(婚姻)과 결혼(結婚)의 의미

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

  • 승인 2015-03-22 12:43
  • 신문게재 2015-03-23 18면
  • 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
▲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
▲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
혼인은 문화다. 1993년 결혼 의식 조사에서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이라는 답변이 26%였는데, 2014년 그 비율이 73%로 집계됐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다. 여기에는 과거 남존여비 제도의 불평등한 혼인 생활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인식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초혼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혼(晩婚)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혼인 시즌을 맞고 있다. 일생일대 한번 총각과 처녀가 처음만나 부부로 해로하는 혼인을 결혼으로 잘못알고 보편화 되면서 결혼이라는 호칭이 과연 올바른 표현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불러온 결혼이라는 호칭을 혼인으로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대가 변해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앞으로 혼인으로 호칭을 바꿔가야 한다. 조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바뀌는 것처럼 누군가의 작은 움직임과 실천이 필요하다. 나부터 시작해 우리 모두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나비효과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활예절(성균관 저) 3절 '婚姻 禮'에 의하면 '혼인' 이라함은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을 혼인이라 했다. 즉 혼(婚-장가들 혼)자는 남자가 장가간다는 뜻이고 인(姻-시집갈 인)자는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으로 혼인은 남자가 장가를 가고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으로 헌법과 민법에도 혼인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결혼은 남자가 장가를 간다는 뜻만 있어 남존여비(男尊女卑) 사회에서 쓰는 말이다.

이 단어는 일제의 잔재로서 일제이후에 쓰기 시작한 말로 지금이라도 쓰지 말아야 할 단어다. 즉 결(結-맺을결)과 혼(婚-장가갈 혼)으로 남자가 맺다 는 뜻으로 해석되나 무엇을 맺는다는 말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현실과 이론에 걸맞게 고쳐나갈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전통적으로 이어져 답습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발전이 없고 이치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축의금 봉투에도 축 하의(祝 賀儀), 축 혼인(祝 婚姻) 축 화혼(祝 華婚), 축 성전(축 盛典), 근의(謹儀) 등으로 쓰고 축 결혼이란 용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또 혼인의 정신에 예식에는 두 가지 정신이 구현 되어야 한다.

첫째 '삼서정신(三誓精神)' 서부모(誓父母) 즉 자기를 존재하게 하신 조상과 부모에게 서약 한다 와 서천지(誓天地)로 양(陽)과 음(陰)의 기본인 천지신명에게 서약한다는 뜻이다.

둘째 '평등정신(平等精神)' 혼인이란 남자와 여자가 몸을 합하는데 참뜻이 있다. 남녀가 몸을 합해 부부가 되면서 남편이 높으면 아내도 높고 남편이 낮으면 아내도 낮다.(婚姻則 男女合禮之義 男女合禮則 男尊則 女尊 男卑則 女卑)고 했다. 혼인하기 전에는 신분이나 나이에 차별이 있더라도 부부가 되면 평등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서로 존대 말을 쓰고 맞절하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 추세에 따라 이제는 합리적인 결혼 비용으로 절약하며 남녀 공동으로 결혼 비용을 부담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과 관련 형편이 좋은 쪽이 부담을 더 하는 것도 합리적인 대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대국 10위권에 들고 있는 선진국 대열에 있음에도 혼인문화는 아직도 전통혼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어 남녀의 지위도 여성 상위시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컨대 공공기관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사회진출로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 집안 살림만 하던 과거와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여성들의 경제력이 남성과 거의 동등해졌고 남성보다 능력 있는 여성도 많아졌다. 이제 혼인문화도 구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나야한다. 시댁위주의 문화나 남성위주의 생각도 전환해야 한다. 요즈음은 시댁 부모들도 자식들 눈치 보며 간섭하려 하지 않는다. 남녀가 평등하게 비용을 부담하고 집도 공동명의로 하고 예단 등 허례허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사랑하는 남녀가 알뜰한 신혼설계를 세우며 자연스럽게 혼례비용을 논의하는 지혜로운 삶이 필요하다. 혼인 후도 양가 부모들을 똑같이 모시고 남자도 집안일 분담하고 맞벌이가 당연해진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 참여를 요구 받게 됐다. 맞벌이 부부로 결혼이 아닌 진정한'혼인의 의미'를 되새겨 행복한 가정 이루고 사는 것이 본인의 행복은 물론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회를 복되게 만드는 첩경(捷徑)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길식 (사)한국전례원 대전시 주례전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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