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지역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9월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잇따라 고객 등급 제도를 개편하는 등 고객 이탈방지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예금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기 쉬워진다. 이전에는 은행을 찾아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별다른 신청 없이 예금자 동의에 따라 공과금, 통신비, 급여 등의 이체 거래를 은행이 자동으로 이전해 주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 등 계열사 4곳의 우수고객 우대제도를 통합했다. 이어 지주사 고객등급 제도를 추가로 재개편했다.
계열사간 교차 거래가 많을수록 등급 상향이 가능하고 금리 인하, 수수료 우대서비스를 비롯해 문화, 여행, 쇼핑 등으로 혜택을 늘렸다.
NH농협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은행과 보험, 증권 등에서 함께 쓸 수 있는 통합 포인트카드(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은행의 예금이나 대출 실적 등 금융사에서 쌓은 포인트를 농협 홍삼이나 목우촌 등 계열사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농협금융은 지난해 'NH하나로가족고객제도' 대상에 계열사인 농협은행과 증권사를 편입시킨 데 이어 올해는 농협생명의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신규고객 유치만큼 기존 고객 유지도 중요해 졌다”면서 “장기 고객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등급 우대제도 개편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장기 고객 확보 차원에서 '주거래 고객 패키지 상품'을 출시한다.
주거래 고객 선정 기준을 크게 낮추는 동시에 신용대출 우대, 카드포인트 지급 등 혜택을 크게 늘린 게 특징이다.
IBK금융도 장기고객 확보를 위해 최장 만기가 21년인 'IBK평생든든자유적금'을 내놨다. 이 상품은 만기 시 은행 방문 없이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돼 최장 21년까지 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논의가 한창인 만큼 향후 계좌이동제 대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마진이 적게 나는 상황에서 예금고객 이탈마저 발생하면 은행 수익에 큰 어려움이 생긴다”며 “올 하반기에 시행되는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은행별로 기존고객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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