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서 충청권 출신들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가 의전서열 10위까지 11명 중 8명이 영남권 출신이며, 의전서열 33위까지 확대해보더라도 34명 중 15명(44.1%)이 영남권 출신이다. 특히, 임명직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중 이완구 총리와 이인복 중앙선관위원장만 지역 출신으로 나머지는 모두 영남 출신이다. 또 도청이전특별법의 사례에서 보듯, 지역 현안의 시급함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후순위로 다뤄지거나 표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때문에 달라진 위상만큼 충청권의 권익을 재정립하고 미래발전 전략을 모색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의 권익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모임인 충청향우회의 오장섭 총재를 만나 충청권의 현 지위를 짚어보고 발전 방향을 논해봤다. <편집자 주>
-영충호시대라고 한다. 어떤 의미라고 보는가.
▲그동안 우리 역사에 영남과 호남이 대표적인 지역으로 상징돼 있었고, 그렇게 진행돼왔다. 이 가운데 충청인들은 자기 나름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이쪽저쪽에 참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한쪽으로 몰아가고 패거리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정도를 지킨 것이다. 물론, 인구의 숫자 개념에서 충청인들은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역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숫자개념에서도 영남보다는 적지만 호남과는 비등해지면서 역할론에 대한 참여 의식이 고취되는 분위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 나라와 사회가 어려울 적에 충청의 어르신과 선배들은 홀홀 단신으로 구국활동을, 복리증진 국태민안 차원의 행동에서 열정을 보인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 DNA가 잠재해있다는 측면에서 충청인들이 사회에 기여하고픈, 역할론에 마음의 자세가 고조되는 것 같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충청권이 과거의 농업지역에서 과학벨트와 충북 오송·오창첨복단지, 서산·당진·보령항 등의 과학 및 산업의 연계 지역으로, 또 행정중심의 세종시 등을 통해 산업적, 행정적, 정치적 중심의 위치로 자연스럽게 부상하다보니 거기에서 서서히 방향이 잡혀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 아닌가 싶다.
-충청 출신 이완구 총리에 대한 기대는.
▲이완구 총리는 저와 같은 국회의원 지역구에 있었고, 행정부에서도 만났으며, 정치활동도 같이 한 인연이 있다. 이 총리는 자기 소신이 뚜렷하고 국가관이 투철하면서 충청인으로서의 정신이 함축된 훌륭한 분이다. 늘 국가에 봉사할 준비가 돼 있고 미래에 도전하는 창업의 성향을 지녔었다. 충청 출신으로서 (맡은 바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총리가 된 만큼, 책임과 의무, 직책에 지역 국회의원과 지역 사회를 넘어 그 시대와 국가전체에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보여온 모습 등에 미뤄볼 때 이 총리의 구상과 생각, 실천 방향이 국민에게 뚜렷하게 잘 비춰지고, 기대에 잘 부응할 것으로 본다.
-이 총리 탄생 등에 충청대망론이 정가의 화두다.
▲제가 그 부분에 이렇다 저렇다 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이완구 총리는 총리로서 책무를 맡은 만큼, 충실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하면 어떤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리직에 부임하자마자 속단해서 어디에 간다는 것은 본인에게 부담이다. 본인 스스로 잘 처신해 국민행복이나 국태민안, 경제살리기, 사회 안정 등을 잘 이끌다보면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받을 수도 있다.
-충청권 정치 세력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정치에서 때로는 결집이 필요하나, 그 결집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어디로 환원되는지, 국가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충청인만 갖는 정치는 국가 및 시대에서의 기여도나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충청인이 결집해서 국가에 부응하고 시대에 기여하면서 국민의 존경을 받는 집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충청인이 존경받으려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거기서 긍지와 자존심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지역민의 기대에 대한 부응이자 보람 아니겠는가.
혹여 지역민과 국민의 리더를 자청하는 분들이 지역을 이용하거나 지역을 이용해 자신의 출세 및 지위를 지키려 한다면 졸렬한 것이고, 희망적인 리더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대전과 충북이 호남고속철(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두고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참, 소인배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호남고속철은 서로 많이 내리고 타고, 조금 늦고 빨라야 한다는 게 큰 문제가 아녔다. 열차가 지역을 거치면서 그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따라 직행을 활용하면 될 일이었다. 내 지역은 되고 안되고 한다는 사고는 바뀌어야 한다. 노선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은 정말로 아집(我執), 자기 마음에서 유리한 부분만 따지고 손 앞에 뜨거운 것 만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면에서 제2경부고속도로 역시 서울에서 경기도를 거쳐, 충북을 지나 세종시를 가는 것은 세종시라는 테두리안에 충북과 경기도의 산업, 서울의 구매력·시장 경제를 연결된다는 의미를 봐야한다.
-세종시 정착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생각은.
▲세종시는 충청권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세종시다. 정책으로 결정돼 시작된 만큼, 성공을 거두가 위해 큰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과학벨트도 대전만 아닌 대한민국 과학의 중심으로, 대전을 중심으로 파생적으로 제3의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정치력과 구상력,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대전이다, 세종시가 충청도라는 개념은 초월해야 한다. 색안경을 끼거나, 과거 얘기 그만하고 미래비전을 봐야 한다.
-향우회가 추진한 충청의 날은 무엇인가.
▲지난달 25일 충청향우회의 신년교례회를 하면서 152개 지회의 지회장과 임원진, 원로들, 정치인들, 기업인들, 여성들, 청년들, 산악회원들이 참여했다. 이 만남의 장소에서 서로 고향을 더 사랑하고, 향우들 간에 소통하며 의지하는 다짐의 장을 만들었다. 이 중에 가장 큰 다짐은 10월 15일 충청의 날을 제정 선포하는 것이다. 충청인들이 이 사회에 불우이웃이나 독거노인 등을 돕고, 사회적 문제에 솔선수범하는 문화정서운동을 전국적으로 추진하자는 실천적 비전을 선포해 국민에게 충청인의 정신과 존경받고 잘 했다는 날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다.
-충청 향우인에게 한마디.
▲향우들이 중앙회에서 추진하는 정책 등을 호응하고 소통하며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나라사랑과 고향을 지키는 일,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의지의 향우가 되길 바라며 그 일에 저도 일조하겠다. 충청은 국가적으로 정말로 중요한 지역이다. 그 중요한 지역을 소중히 지키고 줄기차게 거듭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대담=김재수 취재2부장(부국장)
정리=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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