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호규 충남도 환경녹지국장 |
온 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날 꽃과 연록의 새순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부풀게 한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이 땅의 동식물만은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49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136㏊의 귀중한 산림이 소실됐다. 다행히 충남도에서는 대형 산불이 없었으나 20여건의 작은 산불이 발생해 4.5㏊의 산림피해를 냈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38%, 논·밭두렁 소각이 20%, 쓰레기 소각이 17%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성묘객 실화, 담뱃불 실화, 어린이들의 불장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산불 중 대부분은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한 인재(人災)가 많다.
숲은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을 준다.
목재와 임산물을 얻게 해주고 홍수와 산사태를 막아주며 맑은 공기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 가꾼 산림도 한 번 산불이 나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된다.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숲과 수천 년 동안 지켜온 문화유산 또한 소실되는 것이다. 또 산불은 지역의 관광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소실된 숲을 다시 복구하는 데는 40년에서 100년이란 긴 세월에 걸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식물이 생존하고 자라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햇빛과 물, 필수영양소다. 특히 식물의 생장에 가장 중요한 것이 광합성 작용인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없이는 당연히 광합성도 일어날 수 없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식물의 광합성과 생장을 촉진하는데, 이를 이산화탄소 비료 효과( fertilization effect(CFE))라고 말한다.
이산화탄소 비료 효과는 사람이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우리가 숲을 가꾸고, 가꾼 숲이 사라지지 않도록 산불을 내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산불발생의 근원적 차단을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산불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범도민적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산불감시자가 될 때라야 산불예방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산불위험 시기에는 쓰레기 소각이나 담배꽁초 투기 등의 행위를 자제하고 산행 전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산불위험이 큰 통제지역은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입산 시에는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를 삼가는 등 각자가 산불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불조심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불예방을 생활하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지킬 수 있을 때 아름다운 산을 지켜서 후손들에게 숲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는 맘껏 보고 즐기며 자연을 누리면서 후손들에겐 그 아름다운 강산을 볼 수 없게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문필가인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숲을 지키지 못하면 문명도 옳게 지탱할 수 없다는 말이다.
메소포타미아, 나일, 인더스, 황하 등 인류의 4대 문명이 숲을 바탕으로 번창하였으나 지금은 사막만이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숲과 산을 지키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숲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연을 아끼고 가꿔 후손의 품으로 다시 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불예방이 최선이고 무조건 지켜져야 하겠다.
채호규 충남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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