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달콤한 나의 도시, 대전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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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달콤한 나의 도시, 대전 원도심

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15-03-15 12:58
  • 신문게재 2015-03-16 18면
  • 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도시의 낭만은 도시의 기억이 만들어낸다. 도시여행자라면 나무태의 결 마냥 그 도시만의 독특한 기억이 새겨진 무늬를 만지고 싶어 할 것이다. 그 거리 어디를 걷던 간에, 어느 상점에 들어가던 간에 그 곳의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내 놓고,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했던 방식으로 손님을 맞는 곳이야말로 여행의 참 맛을 알게 한다. 그 도시가 싹틀 때 생겨난 '원도심'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 결을 만질 수 있을까.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에 이르는 중앙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형성된 대전의 원도심은 대전이라는 도시를 경험하기에 충분한 장소다. 과거의 화려했던 위용과, 한때의 쇠락과, 다시 부활하려는 몸부림 모두가 현재 그곳에 공존한다. 어느새 서울의 대학로와 명동을 섞어놓은 듯이 진화한 예술과 낭만의 거리 대흥동, 목척교를 사이에 두고 구분되는 구 지하상가와 신 지하상가의 사뭇 다른 상권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근대 문화유산인 옛 충남도청과 그 앞으로 형성된 오래된 먹자골목, 최신 유행 상점들이 집합된 으능정이거리에 들어선 스카이로드, 대전 역사부터 노점을 형성해 도심권에서 재래시장을 만나게 하는 중앙시장. 중앙로 주변의 원도심에는 어디 하나 버려진 기억이 없다. 그래서 대전만의 낭만이 가득하다. 이 낭만거리를 거닐어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다른 여행지에서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여행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가장 유명한 장소와 가장 맛있는 식당을 찾는 일은 원도심에서는 무의미하다. 원도심의 아름다움은'유명함'에서 출발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켜켜이 쌓아온 정으로 추억되어 있다

그래서 딱히 목적지를 두고 그곳을 향하기보다는 무심코 걷다가 눈길이 발길이 멈추는 곳에 잠시 서보는 게 좋다.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 건 한약거리의 솔솔 풍겨오는 쌍화차일수도 있고 죽 늘어선 공방 사이의 그림 한조각일 수도 있다. 길에서 보드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젊음을 만날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파는 닭꼬치와 떡볶이 냄새에 몸이 저절로 이끌려 갈 수도 있다.

수선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을 만났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잘 보존된 근현대 건축물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에서 잠시 이탈해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골목길에 들어섰을 때 북적거리는 식당이 있다면 당신은 대전 사람만 아는 맛집을 찾은 것이다.

세련된 도시를 상징하는 빌딩과 카페 사이를 기웃거리다 보면 어김없이 70~80년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이 함께 숨을 쉰다. 젊은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치장한 낡은 건물은 멋을 더한다. 언제부터인가 대흥동에는 소극장들이 모여들어 주기적으로 새로운 공연을 올리고, 주말마다 다양한 끼를 가진 예술가들이 거리 곳곳에서 공연을 펼친다.

선화동의 오래된 먹거리 골목은 또 어떠한가? 대부분 30년 역사를 기본으로 하는 식당들이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능숙하게 대접한다. '착한거리' 문패처럼 음식가격도 참 순하다. 게다가 그 맛들은 변해온 맛도 변할 맛도 아니다. 상점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으능정이거리는 언제나 젊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옷, 악세서리, 화장품부터 카페와 식당, 미용실, 각종 노점들이 혼재해 있다. 거리 가운데 설치된 대형 스카이로드는 도시의 밤하늘을 LED영상으로 장식한다. 복잡한 거리와 불빛이 지겹다면 멀지 않은 중앙시장으로 발길을 돌려볼 수 있다. 현대화공사를 했지만 시장에서 청춘을 보낸 상인들이 내주는 순대국밥과 부침개를 먹고 각종 장볼거리를 구경할 수 있다.

이 같은 원도심의 매력은 신도심과는 태생이 다른데서 나온다. 계획대로 지금의 모양을 갖춘 게 아니다. 도시 주인들의 성격대로 깜냥대로 채워지고, 만들어졌다. 대전 원도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와 공존하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을 것이다.

정관성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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