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담뱃값 올려놓고 장난하나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담뱃값 올려놓고 장난하나

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

  • 승인 2015-03-11 13:52
  • 신문게재 2015-03-12 18면
  • 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
▲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
▲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
'증세 없는 복지', '무차별 복지' 등 '무차별 광풍'에 이어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올렸다. 증세니 아니니 하다가 눈앞에 표가 어른거려서인지 드디어 '저가(低價)담배'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맞장을 친다. 한마디로 표 때문인지 국민은 보이지 않나 보다.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서 독성이 훨씬 강할 봉초담배를 운운하니 말이 되는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어디 그뿐인가. 건강에 나쁘다는 그림과 경고 문구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담뱃값 인상의 대전제가 국민건강인데 경고 그림을 넣지 말자는 이야기는 무슨 엉뚱한 짓인가. 경고성 그림은 더욱 혐오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들이 반응한다. 더욱 강화해야 할 일에 대하여 왈가왈부 할 일이 아니다.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메시지이기에 강할수록 좋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한쪽도 아니고 양면 다 넣지 말자고 한다. 경우가 없다. 그래서 로비 때문이라는 의심도 받는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정치꾼은 표만 생각하고 정치인은 국민만을 바라본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러니 “국민 건강을 챙겨주려 했을 리 만무하고 세금을 늘리려는 꼼수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는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남자들 대부분이 군대에 가서 담배를 배운다고 하는데 입에 대지도 않았다. 아마도 어린 시절 담배심부름의 좋지 않은 추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군에서는 3일에 한 갑씩 받았다. 피우지 않는 덕에 야간 보초를 덜 서기도 했다. “작은 애비한테 담배 몇 개비 얻어 오너라.” 눈 비비고 일어나자마자 아래채에 사시는 작은아버지 댁에 가서 담배를 얻어오는 심부름으로 하루가 시작되기 일쑤였다. 우선 당신 담배 갑에 몇 개비 들어있나 보시고 형님에게 보낼 양을 결정하시는 것 같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주시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린 마음에 '한 갑쯤 사 드리면 좋을 텐데' 하는 서운한 마음과 '안 피우시면 안 되나' 하는 안타까운 두 생각이 함께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밭둑에 담배를 몇 그루 표 나지 않게 심어 자급자족하시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전매품이라 단속의 대상이었을 텐데 위험을 불사하시고 수확기에 잎을 따서 처마 밑이나 헛간, 심지어 방에서까지 말리고 펴기를 몇 차례 반복하시고 썰어서 손질을 하신 후 얇은 종이에 말거나 담뱃대에 넣어 피우시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얼마 후 봉지담배가 시중에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선친께서 위장 절제술을 받으시고 의사와 아들의 권유로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다. 건강을 회복하시고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애비야! 나 담배 좀 피우면 안 될까?” 절절히 애절함이 배어있는 청인지라 자식 노릇 한답시고 하루에 6~7개비씩만 피우시라고 했다. 한 달에 한 보루 씩 사다 드렸다. 절대량이 부족하셨는지 손끝이 노랗게 되도록 피우셨다. 꽁초도 남기지 않으신 것이다. 그것이 안타까웠는지 누이들이 뵈러 올 때마다 채워놓는 것 같았다. 결국 담배가 치명적인 원인이 되어 돌아가셨다. 매몰차게 말리지 못한 후회가 회한으로 남아있다.

금연의 폐해에 대한 내 말을 듣고 애연가 한사람이 '흡연예찬'에 대한 메일을 한 통 보내왔다. 정지용은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라 했고, 김동인은 '담배는 백리(百利)라면서 흡연이 더울 때는 양미를, 추울 때는 온미(溫味)를 주고, 우중(雨中)에 떠오르는 담배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흡연 공상가(空想家)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 그리고 '식후(食後), 용변 시, 기상 시(起床時)의 제일미(第一味) 쯤은 상식적이며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인체에 좋은 영향을 줘 수명에 까지 좋은 결과를 줄 터이니 예찬 할 일이지 금할 일은 더욱 아니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다. 황순원도 '슬픈 일을 태우려 담배를 뻐끔여 온 때문에 이젠 담뱃대만 물면 슬픈 일이 반짝 인다'고 했다. 그러하듯 '흡연은 막힌 생각을 틔워주고, 근심을 가라앉히고 권태를 달래주며 피곤을 덜어준다'고도 했다.

이들이 살고 간 세상을 현재의 과학이나 의학적으로 대비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저가담배' 나 경고 그림의 혐오성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것보다 차라리 선배들의 이러한 흡연 예찬론이 있었다고 소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홍성표 대덕대 전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