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인천공항의 출입국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 쓰는 돈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갈수록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간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진 것이다. 학력도 유전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서민들이 의대나 법학전문대학원 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신문에서는 국민 1인당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4명이면 소득이 12만 달러 즉 1억 3000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가계 평균 부채만 6000만원으로 늘어났다니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러한 마술을 부린 것인가? 이처럼 대다수의 국민과 무관하게 1억달러 수출입이 이루어지고 평균 국민소득만 올라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땅콩회항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기업 프렌들리라고 하는 기업 중심의 국가정책도 문제이지만 기업 경영 자체도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를 계기로 새삼 우리나라 기업이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해야 하는가에 대해 경영학자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외국의 경영철학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이미 있던 경영철학이었다.
12대 400년 가까이 부를 지켜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인 육훈(六訓)과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의 정도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경주 최부잣집에서는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진사 이상 벼슬은 하지 마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등 6가지 원칙을 지킨 것이다. 그 결과 400년 가까이 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동학혁명 당시의 혼란 속에서 부잣집들이 공격받고 불태워질 때 소작인들이 나서서 최부잣집을 지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제 때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해 주던 최부잣집은 해방 이후 교육을 위해 지금의 영남대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전재산을 헌납하였다.
한편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는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기업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며 종업원의 것, 사회의 것이라고 보았다. 유일한 박사 생전에는 아들, 딸 그리고 친척이 유한양행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였고, 사후에는 유언장을 통해 '아들과 딸은 대학교육까지 시켰으니 자신의 갈 길은 알아서 살아가라'면서 유산을 전부 유한재단을 설립하는데 기부하였다. 지금도 딸이 어디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하니 3세 세습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의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
대학생들에게 '어느 기업에 가장 들어가고 싶은가?'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을 꼽는다. 그런데 가장 존경하지 않는 기업가를 말하라고 하면 다시 이들 기업의 창업주를 들먹인다. 삼성 현대 등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도가 아닌 방법으로 사적인 이익을 많이 취했였으며 지나치게 재산을 축적하고,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영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빈익빈부익부라는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고 갑질, 돈질이라는 사회악을 만연시켰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2000년 코피아 난 유엔 사무총장은 기업과 종업원 그리고 사회가 공존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기업으로 하여금 환경과 사회가치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도록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는 2010년 ISO 26000을 통해 제도화되었다. 지속가능 경영, 공유가치경영은 주주이익, 직원,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자는 경영철학이다. 기업이 을의 을까지도 배려하는 경영을 할 때 돈이 생명보다 우선시 되는 세상이 아니라 생명을 돈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세상,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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